한국으로선 48년 전 스위스에서 당한 0대7 참패를 깨끗이 설욕하고 3위 차지, 한·중·일 극동3국 킬러로 자리잡은 터키의 목표 역시 3위.
그러나 최종스코어를 떠나 양팀 모두 승자였다. 한국의 4강 행진까지 오로지 "대∼한민국"만을 응원했던 붉은 물결은 혈맹국간 3-4위전에서는 승패를 초월해 양팀 모두 박수와 함성으로 격려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손에 손에 태극기와 터키국기를 들고 흔드는 한국사람들, 붉은 악마 회원 수천명이 나눠들고 스탠드 한쪽을 완전히 뒤덮은 대형 터키깃발, 그런 뜻밖의 장면들은 멀리서 TV로 지켜보는 터키사람들의 마음에도 진한 여운을 남겼을 것이다.
그래도 승패 판가름을 요구하는 경기는 어쩔 수 없었다. 격전을 거듭하며 최진철·김남일·황선홍 등 주력부대를 부상으로 잃은 한국은 이천수·차두리 등 미래의 주축들을 앞세웠지만 채 숨을 고르기도 전에 한방 얻어맞았다. 킥오프한 뒤 뒤로 돌려준 볼을 잡고 홍명보가 잠깐 멈칫거리는 틈에 일한 만시즈가 달려들어 가로챈 뒤 하칸 슈퀴르에게 연결, 월드컵 사상 최단시간 득점(11초)을 허용하고 말았다. 1점 허용이 문제가 이번 대회 내내 부진했던 터키의 국보급 스트라이커 슈키르에게 마지막날 부활의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9분 터키 아크 왼쪽 약25m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을 이을용이 절묘한 왼발 감아차기로 만회골을 얻었으나 그 기쁨마저 오래가지 못했다. 터키는 되살아난 슈퀴르는 자신의 골가뭄을 해갈시켜준 만시즈에게 곱빼기로 보답하듯 13분과 32분 연속 완벽한 어시스트로 일찌감치 승부의 쐐기를 박아버렸다.
한국은 후반들어 총력공세를 펼쳤으나 조급한 마음에 빗나간 슈팅을 연발하거나 터키 골키퍼 선방에 막혀 거듭 고전하다 인저리타임인 48분 송종국이 중거리포로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양팀 선수들은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에 손을 잡고 나란히 뒤섞여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등 감동적인 피날레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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