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고향에 ‘히딩크 박물관’이 세워지리라고 한다. 그의 고향인 네덜란드의 파세펠트는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에 불과했으나 히딩크 덕분에 하루아침에 유명해져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히딩크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에서도 영웅이 되었다. 가는 곳마다 수십명의 기자들이 몰려들고, 팬들이 따라다니며, 그의 사인을 받으려고 몸싸움을 벌이고, 해리반라이 아인트호벤 구단주가 자가용비행기로 모시고 세계적인 재벌 필립스의 회장이 그를 반겨하고…보기만해도 가슴 흐뭇하다.
여자도 남자 잘 만나야 행복해지지만 남자도 여자 잘 만나야 성공하는 법이다. 히딩크가 한국팀 맡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영광이 과연 가능할 수 있을까. 그는 과거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았고 스페인 프로축구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도 지냈다. 그러나 수퍼스타로는 발돋움하지 못했었다.
한국축구협회가 히딩크를 감독으로 데려오려고 교섭했을때 히딩크는 사우디아라비아 팀으로부터도 감독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측은 한국에 비해 엄청난 보수를 제의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히딩크는 사우디를 택하지 않고 보수가 훨씬 적은 한국을 택했다. 그는 한국축구협회 관계자에게 한가지만 물어 보았다. “한국선수들은 내가 나무 위에 올라가라면 올라가는가”
히딩크는 돈보다 가능성을 중시했으며 리더십이 발휘되려면 Followship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선생이 아무리 잘 가르치면 뭘 하나. 학생들이 따라주어야지” 이것이 히딩크의 첫번 메시지다. 축구관계자가 ‘한국선수들은 나무 위에 올라간다’라고 말하자 히딩크는 그제서야 계약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에피소드다.
그가 돈에 욕심이 나 사우디 감독을 맡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4강에 올랐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국인이 그에게 보인 존경심과 젊은이 세계를 휩쓴 히딩크 매니아 선풍은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히딩크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히딩크가 있어 한국축구도 있었지만 한국인을 만났기 때문에 히딩크도 빛을 본것이다. Followship 없는 리더십은 리더십이 아니다. 그의 리더십도 한국인의 기질을 만나 꽃을 피울 수 있었다고 본다.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유명하기는 했지만 존경받는 영웅은 아니었었다. 그런 히딩크가 한국팀을 맡아 네덜란드의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는 것은 선생도 제자 잘 만나야 성공한다는 인간관계의 상대성원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이 히딩크로부터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자기발견’이다. 숨겨져 있던 잠재능력을 찾아낸 것이다. “야, 이거 우리 맞아?”하고 스스로 놀란 일이 이번 월드컵에서 한두번이 아니다.
인간은 자기가 모르는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다. 평생 사는 동안 우리가 쓰는 능력은 30%에 불과하다고 한다. 70% 는 못 써먹은채 세상을 떠난다. 자신의 숨겨져 있던 능력과 아름다운 모습을 스스로 발견했을 때의 환희─자기가 자기에게 감격하는 것은 바로 이 순간이다.
히딩크가 한국을 떠날 때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 뉴스를 보면 한국인이 얼마나 그를 아끼고 존경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히딩크를 쳐다보는 팬들의 눈에 섭섭함의 빛이 가득하고 공항에서는 그의 손목을 한번만이라도 잡아 보려고 몰려든 시민들 때문에 전투경찰까지 배치된 광경이 눈에 띤다. “대통령이나 대통령후보들이 저렇게 인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아쉬움도 생겨난다.
한국축구가 히딩크를 만나 세계4강에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히딩크도 한국인 만나 영웅이 된것도 사실이다. 서로 잠자는 능력을 일깨워 주었다는데 ‘히딩크와 만남’의 의미가 있다.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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