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로빌 순찰대장, 자동차보다 말 탈 때 더 많아
전장 4000 마일에 걸친 미-캐나다 국경은 세계에서 가장 긴‘철책 없는 국경’이다. 북위 49도로 정해진 국경선이 대부분 산으로 이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외지고 험난한 100 마일 구간의 경비를 맡고 있는 곳이 바로 워싱턴주 오로빌 검문소이다.
이 곳의 리처드 그레엄(42) 순찰대장은 주로 말을 타고 험산준령을 순시한다. 4륜구동 자동차가 있지만 산길이 워낙 협소하고 가파르기 때문이다. 어떤 비탈길에서는 자동차가 거의 수직으로 서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도로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길 사정이 나빠 자동차 브레이크를 60일마다 한번씩 손봐야 한다. 대여섯 시간씩 계속 먼지를 마시며 달릴 때도 있다.‘원시 도로임, 경고 판 없음’이라는 사인 판만 가끔 눈에 띈다.
호수에선 모터보트를 타고 겨울철엔 스노모빌을 이용하기도 한다. 권총과 자동소총 등 개인화기는 물론 만약을 대비해 방탄조끼도 입는다. 이동물체 감지기, 야간 투시경, 열 추적기 등 액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첨단 장비들도 휴대한다. 그러나 전원과 송수신 케이블이 필요한 원격조정 카메라와 도청장치 등은 가지고 다닐 수가 없다.
그레엄은 이런 첨단 장비보다 재래식 추적술에 의존할 때가 더 많다. 길에 발자국이 새로 생겼다거나 풀 섶이 헝클어져 있으면 누군가가 월경했다는 증거다. 목장의 철조망 밑에 움푹 땅이 패여 있어도 일단 의심한다. 소가 철망을 뛰어 넘지는 않기 때문이다.
원래 그레엄의 주임무는 밀수범 단속이다. 특히 이 지역은‘BC 버드’로 불리는 성능 좋은 캐나다 산 대마초의 밀수 루트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오로빌 검문소가 적발한 대마초 밀수양은 3백만달러 어치나 됐다. 금년에도 지금까지 벌써 260만달러 상당의 실적을 올렸다.
18년 경력에 오로빌에서만 5년째 일하고 있는 그레엄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한번은 적발 당한 밀수범이 캐나다 쪽으로 튀었다. 국경을 넘어갈 수 없는 그레엄이 “이봐, 거기는 캐나다 땅이라구!”라고 외치자 밀수범은 멍청하게 서 있더니 다시 국경을 넘어왔다. 엄동설한에 청바지와 테니스 신발 차림으로 산을 넘으려던 사람도 있었단다.
밀수범 못지 않게 중요한 단속 대상이 외국인 밀입국자들이다. 2년 전엔 한국인 20여명이 산길도 아닌 대로를 따라 떼지어 들어오다 고스란히 체포되기도 했다. 특히 9·11 테러사건 이후로는 단순 밀입국자들 외에 테러리스트들의 잠입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 때문인지 그레엄은 요즘 오로빌 주민들로부터 전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린다고 귀띔했다.
그레엄의 고민은 역시 인원부족이다. 미-멕시코 국경에 8천명의 순찰대원이 배치된 것과 대조적으로 길이가 꼭 두 배인 미-캐나다 국경엔 불과 3백명이 배치돼 있다. 그레엄은 오로빌 검문소의 정확한 순찰대원 수를 밝힐 수 없다며 지난 9월 이후 3명이 임시 증원됐고 오는 8월 7명이 영구 보강될 계획이라고만 말했다.
그레엄에 따르면 오로빌 검문소 관내의 밀입국자 검거율은 5%로 전체 순찰대의 평균 수준이다. 그는 이 비율이‘넘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숫자’를 근거로 추산한 것이라며 “순찰대원을 보고 되돌아간 밀입국 시도자들도 결국은 검거한 것이나 매 일반의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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