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가능한한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려 애쓰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외국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학생들을 상호 교환하는 프로그램은 대학은 물론 일부 고등학교에도 있다.
남가주의 한 한인 여학생도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12학년때 파리를 방문했다. 지도교사와 학부모 몇 명이 동행하기는 했지만 친구들과 2-3주를 같이 지내는 외국 여행은 즐겁고 신나는 것이었다. 자매결연 학교의 학생집에서 머물며 프랑스인들과 프랑스어를 써보는 것도 신선한 경험. 그런데 덜컥 독감에 걸리면서 여행은 지옥이 되었다.
“민박한 집 식구들이 나를 간호하느라 애를 썼어요. 하지만 몸은 아픈데 잘 안되는 프랑스어로 말하고 들으려니 머리가 더 아픈 거예요”
마침 파리에 아는 한국친지가 있어 그 집으로 숙소를 옮겼는데 그리고 나자 병이 금새 다 낫는 것 같더라고 그는 말했다.
“한국말로 말하면서 콩나물국에 김치를 먹고 나니 아픈 게 싹없어진 것 같았어요”
한인들, 특히 영어가 서툰 노인들이 미국 병원에 입원하며 겪는 불편함이 이런 게 아닐까. 속이 더부룩하고, 콕콕 쑤시고, 얼굴이 화끈화끈하고, 저릿저릿 아프고…등의 증상에 대해 미국 의사와는 속 시원하게 말을 주고받을 수가 없다. 아울러 그러잖아도 입맛이 없는데 입에 맞지 않는 양식만 계속 먹어야 되는 것도 환자들에게는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LA등 한인인구가 많은 도시에는 이제 한인 의사들이 많아서 의사소통의 불편함은 많이 해소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불편한 것은 장기 입원시 병원 음식. 병실이 독방인 경우 가족들이 한국 음식을 준비해 가기도 하지만 바쁜 이민생활중 그도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LA에서 환자들에게 한식을 제공하는 종합병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반갑다. 세인트 빈센트, 굿 사마리탄등의 병원이다. 굿 사마리탄의 경우 수년 전부터 산모들에게 미역국을 제공해오다가 지난 6월부터는 산부인과 아닌 일반 환자들 식단에 한식을 추가했다. 동양계 환자 담당 고문인 조지 최씨에 의하면 환자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한식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종합병원들이 한식을 제공하고, 담당 고문을 고용하며 한인 환자들에게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인들의 파워 때문이다”고 내과의사 정수헌씨는 말한다.
“굿 사마리탄의 경우 신생아의 1/3, 응급환자의 1/4은 한인입니다. 병원측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숫자입니다”
한인이민 100년을 맞으며 미국사회의 구석구석으로 한인 파워가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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