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평가 한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젊은 남녀사이에 혼담이 오갈때 자신이 어떻게 평가 받느냐에 따라 일생의 운명이 바뀐다. 일반적으로 신부될 여성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려면 신부의 어머니를보면 안다고 말한다. 신랑을 알려면 아버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보라고 한다. 남자의 거울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생활력이 있는가 무능한가. 가정적인가 바람끼가 있는가. 성격이 거친가 다정다감한가. 사치한가 검소한가. 시부모를 공경할 타입인가 냉정한 타입인가. 어려운 고비가 닥쳐도 잘 참는형인가 아니면 불만만 늘어놓는 형인가. 이 모든 것은 성격에 의해 좌우되고 자녀들의 성격은 어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신부는 물론 신랑을 평가할때도 어머니를 본다.
지도자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될까. 지도자는 그가 철학이 있는 사람인가 없는 사람인가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철학없는 사람 ─그는 지도자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회사를 경영하건, 단체를 운영하건, 나라를 이끌건간에 지도자 되는 사람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럼 지도자가 무슨 철학을 가졌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가 어려운 고비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가를 살펴보면 그의 삶의 철학을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점심때 비빔밥을 먹을 것인가 냉면을 먹을 것인가 에서부터 장사를 할것인가 취직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선택을 강요 당한다.
따라서 자신이 중요한 고비때마다 선택한 삶의 내용을 이어 놓으면 자기 철학이 어떤것인지 윤곽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지도자 될 사람들의 과거를 따지는 것은 이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가치판단에 따라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의 선택은 곧 그의 가치관이고, 그의 가치관은 곧 그의 철학을 의미한다.
요즘 한국의 국무총리 지명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매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모처럼 한국 헌정사에서 여성이 국무총리로 임명되었는데 축하하기는 커녕 왜 이렇게 말들이 많은 것일까.
대학총장이면 지성인중의 지성인이다. 지성인이란 무엇인가. 사물을 보는 시각에 있어 “무엇이 유리한가” 보다 “무엇이 옳으냐”쪽을 택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보다 덜 이기적이고 좀 손해를 보더라도 남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지성인이다. 그러다보니 지성인들은 배고픈 사람들이란 소리를 가끔 듣는다.
지금 한국에서 총리지명자가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그가 걸어온 삶에서 선택과정이 지성인의 자세와는 거리가 있는 세속적인 삶이라는데 있다. 아들의 미국시민권 문제, 호화아파트 건축법 위반, 부동산 투기혐의 등 모든 선택이 총리지명자의 가치관을 간접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가치에는 서열이 있는법이다. 돈을 중요시 하느냐 인격을 중요시 하느냐, 사람을 중요시 하느냐 재산을 중요시 하느냐에 따라 인간은 판단과 행동이 달라진다. 총리나 대통령의 가치 서열기준은 온 국민에 영향을미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 그의 삶의 자세를 사회가 확대경으로 들여다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명문대학의 총장이 총장직을 버리고 임기 7개월 남은 말많은 정부의 총리로 들어앉는 것이 과연 지성인적인 선택일까. 대학총장보다 총리직을 가치서열에서 우선순위를 두었다는 이야기인데 그 선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도자는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민주사회의 시민교육은 지도자가 시범을 보이는 것이다. 공동체 속에서 떳떳해야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철학이 있는 지도자라야 한다. “야, 이번에 임명된 대학총장 출신 총리는 집한칸도 변변히 없다면서?” 이런식이 되어야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요즘과 같은 한국사회의 부정부패 분위기 속에서 꽃을 피우려면 말이다.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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