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한인회 이사장에 선출된 사람 사진이 큼지막하게 나왔다. 바로 아래에는 한인회 회장 재선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기사가 실렸다. 한인회장 선거는 정당한 회칙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체육계 원로들의 회견 기사도 실렸다. 장기간 내분을 겪고 있는 체육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거의 같은 타이밍에 또 다른 한인 단체장 기사가 보도됐다. 6.25 참전동지회 회장이 재미육사동창회 회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이다. 두 단체간의 알력이 결국 이런 한심한 사태를 불러왔다는 게 보도의 요지다.
한인 단체들과 관련된 이 해프닝들은 공교롭게도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우연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잇단 해프닝은 한인단체, 특히 1세를 대표하는 한인 단체들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인회·체육회, 그리고 6.25참전 동지회와 육사동창회 등이 보이고 있는 분규는 단체마다 그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이 없지도 않다. 한인 단체 특유의 폐쇄성, 나만 옳다는 아집, 고질적 감투싸움 등이 발단이 돼 빚어진 갈등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한인회 분규는 현 한인회장이 정관을 고치고 새 정관에 따라 그것도 막판에 출마해 상대후보 무자격 판정과 함께 무투표로 당선된 데서 비롯됐다. 그 모양새가 어딘지 석연치 않아 결국 법정소송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체육회 내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로 더 이상의 설명도 필요 없을 정도다. 오죽했으면 원로들이 들고일어났을까. 참전회와 육사동창회 다툼도 다 비슷한 맥락이다.
한인 커뮤니티는 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해 ‘하나됨의 역사’를 경험했다. 수천, 수만의 한인들이 모여 응원을 펼치는 열정과 함께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는 질서를 연출했다. 한인의 이같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미 주류사회는 놀라움으로 지켜본 것이다. 이게 불과 한달 전의 일이다. 그런데 일부 한인 단체들의 일그러진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민 100주년이다.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룩했다. 또 한차례 ‘코리안 드림’의 성취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상식과 순리를 거부하는 단체. 감투싸움으로 지고 새는 단체. 이런 단체들은 이 시점에서 더 이상 존재의의가 없다. 순기능을 상실한, 공해적 존재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한인 단체들도 거듭나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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