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유산으로 물려받은 가장 오래된 제도 가운데 하나가 아마 결혼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년이 되면 의례 해야 하는 의식인 줄 알고 행한다. 한 평생 같이 살아온 반려자를‘평생 원수’라고 험담하는 사람들도 자식들에게는 하나같이 결혼하기를 바란다. 결혼이 지닌 매직은 무엇이며, 결혼이라는 베일에 아직도 가려져 있고 또한 앞으로도 영구히 감추어져 있을 한 조각의 비밀은 무엇일까?
결혼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 가운데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이슈 하나는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결혼 생활의 필수조건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소설과 영화들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각도에서 수없이 분석해 보고 그려봤지만 진리 같은 해답이 나왔다는 소식을 아직 못 들었다. 흑백논리로 명쾌하게 규명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도를 거듭해봤자 이 부문만은 영원히 미해결의 장에 남아 있게 될 것 같다. 수많은 대답이 전부 완벽한 해답이 못되고, 그렇다고 전적으로 틀린 해답도 아니기 때문이다.
구도의 접근법으로 크게 구분하여 두 가지가 시도된다. 하나는 천생연분이 복수로 존재한다는 설이다. 그리고 천생연분은 결혼하고 살아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며 특정인과 전생의 인연으로 된 배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반면에 천생 배우자는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만치 않다. 자신과 꼭 맞는 배필을 하늘이 점지해 주었든지 자기들이 찾았든지 지구상에 꼭 하나임을 믿고 그런 이상적인 배우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독신으로 지내는 것이 행복하다고 선언한다.
이처럼 단수론을 주장하는 쪽은 사랑의 절대론자들로 대단한 로맨티스트들인 것 같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결혼생활을 오래 해온 사람들일수록 복수론자들이 많고, 현실보다는 이상에 치우치는 미혼들 중에 단수론자가 더 우세하다는 관찰이다. 젊은 층에서 유행처럼 시도해보는 혼전동거 현상도 알고 보면 천생배필을 찾아내기 위한 한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게 해서 골인한 결혼도 이혼율로 보면 혼전동거를 거치지 않은 결혼과 전혀 차이가 없다.
내가 애독하는 잡지 중에‘사이칼러지 투데이(Psychology Today)’라는 월
간지가 있다. 금년 6월 호에 이 잡지의 편집장 로버트 엡스타인(Robert Epstein)은 얼핏 해괴해 보이는‘독신녀 구인’이라는 광고 아닌 광고를 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버드대학 심리학박사 출신으로 유력 월간지 편집장의 관록을 자랑하는 미혼인 엡스타인(48세)은 결혼 배우자 최적 후보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라는 그의 믿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해 보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천생연분 단수론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신화로서 이를 신봉하고 있는 수많은 젊은 남녀들이 이 때문에 인생을 망치고 있다고 개탄한다. 여기에 대한 대안론을 실험을 통하여 제시하려는 것이 그의 진지한 의도임을 밝힌다.
그는 이세상의 결혼 중 60%는‘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중매로 시작했다가 살면서 서로 정들게 된 케이스들이라고 주장한다. 즉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것이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리고 사랑을 배우면서 사는 부부들이 처음에 사랑에 빠졌다가 공허함을 느끼는 부부들보다 결혼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택한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지,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만을 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그의 결혼관이 얼마나 성공하게 될지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의도적으로 한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실험을 책으로 저술할 것도 계획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그의 결론은 적령기에 처한 자식들을 둔 한인가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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