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 가면 ‘야크’(YAK)라는 명물이 있다. 왜 명물인가하면 소처럼 생긴 이 동물은 어떤 추위 속에서도 높은 산에 짐을 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소들은 해발 4,000m 이상 올라가면 산소 부족으로 숨 가빠하며 힘을 못쓴다. 그러나 야크는 고산일수록 힘을 내고 무거운 짐도 마다하지 않는다. 히말라야 등산 원정대들이 짐을 실어 끌고 가는 소가 바로 야크다. 목 줄기에 긴 털이 나있어 위엄 있게 보이고 셀파족들은 이 동물을 신성시한다.
한가지 특이한 체질은 야크는 해발 4,000m 이하로 내려오면 호흡이 곤란해 죽는다는 사실이다. 4,000m 이상에서만 살 수 있도록 체질이 짜여져 있다. 평지에서는 야크를 찾아볼 수가 없다. 야크 비슷하게 생긴 소가 있으나 그것은 접 튀기의 소이며 진짜 야크가 아니다.
사람이 갑자기 유명해지면 야크처럼 체질이 변해 버린다. 기준선 이상에서 살아야 하고 낮은 곳으로 내려오면 숨이 가빠한다. 전에는 전철을 타던 사람도 유명 가수나 영화배우가 되면 전철을 탈 수가 없다. 사람들이 쳐다보기 때문이다. 싫더라도 자가용을 타야 하고 그것도 아무 차나 탈 수 없고 그럴 듯한 것을 사게 된다. 모두가 남의 눈을 의식한 결정이다. 내가 내가 아니다.
‘나’이고 싶어도 ‘나’일 수가 없다. 시선의 포로가 되어 버린다. 한번 유명해지면 더 높은 곳으로는 올라갈 수 있어도 낮은 곳으로는 내려올 수 없다. 정보부장을 지낸 이후락씨나 대통령을 지낸 최규하씨는 시내 설렁탕 집이나 냉면 집도 마음대로 다닐 수가 없다. DJ의 아들인 홍업씨나 홍걸씨도 이제는 유명(?)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교도소에서 풀려 나온다 해도 평생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유명해지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영국의 다이애나비가 왜 비참하게 생애를 마쳤는가. 유명했기 때문이다. 가는 곳마다 파파라치들이 극성으로 따라 다녔고 결국 이를 피하려고 속력을 내다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회창씨나 장상씨가 유명인사가 아니었더라면 집안 문제가 미주알 고주알 튀어 나왔을까.
아들의 병역이 어떻게 되었는지, 미국시민권을 가졌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유명해졌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고통이 두 사람의 유명세 내용이다. 박찬호도 유명해졌기 때문에 고민도 클 것이다. 성적을 내야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죽을 맛이다. 재작년인가 한국에서 서모라는 인기가수가 음독 자살한 적이 있다. 이유는 인기하락을 견딜 수가 없어서였다.
한인 사회에서도 유명해지고 싶어하는 인사들이 많다. 그러나 유명해지면 사회가 나를 보는 잣대도 높아진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식당에 가서 팁을 놓더라도 남보다 조금 더 내야하고 경조금 보낼 때도 전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 또 집안에 무슨 일이 있으면 소문이 퍼져 다른 사람들의 식탁 화제로 오른다. 도네이션도 해야 하고 서울 손님 오면 계산할 때 크레딧 카드도 먼저 꺼내야 한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등산할 때 남들은 냅색을 하나 짊어지면 나는 두개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명해지는 데에는 따르는 의무가 있다. 유명해지고는 싶은데 의무는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단체장하면 단체가 싱싱해지지 않고 말만 많아진다.
유명해지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고문용 물 젖은 가죽재킷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조이게 되며 자유를 앗아가 버린다. 서울 나가 보면 한때 한국에서 유명했던 인사들이 별 볼일 없이 빈둥빈둥 지내는 것을 발견한다. 왕년에 너무 유명했기 때문에 남의 시선을 느끼는 것에만 말초신경이 발달해 사람이 이상하게 변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유명해진다는 것-그것은 감옥이다. 그리고 해발 4,000m 이상에서만 지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야크의 삶이다. chull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