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빨리 여기 와서 코끼리처럼 코끼리 흉내를 내봐, 응! "빨리 빨리" 나는 한 팔을 길게 뻗치고 또 다른 한 팔은 둥글게 뻗친 팔에 감고 빙빙 돌면서 멋지게 코끼리 흉내를 낸다. "할아버지는 이제는 말이 되어 나를 태우고 이쪽저쪽을 힘있게 달려봐, 응?" 하며 졸라댄다. "야, 할아버지 숨이 차서 견딜 수가 없어, 좀 쉬었다 하자" 하고 말도 떨어지기 전에 입은 길게 나오고 "나 할아버지하고 안 놀아 줄 꺼야."
할아버지를 미워하고는 금새 울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숨을 몰아쉬며 등에 태우고 엎드려 기기 시작한다. 조금 가다가는 두 손을 땅에서 떼고 손을 높이 들면서 큰 소리로 말 울음소리를 내면서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닌다. "할아버지 이번에는 비행기를 해줘. 높이 뜨게 해줘야 돼, 응? 빨리 빨리 응?" 그래 알았어, 빨리 이리와, 그리고 두 손으로 그 몸을 잡고 높이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손녀와 씨름 하다보니 해는 서산으로 고운 노을을 지면서 넘어가려고 산턱에 걸쳐 우리를 보면서 웃고 있다.
그러나 지쳐 있는 할아버지에게 조금도 휴식을 주지 않는다. "할아버지 나 목마 태우고 이층 내 방으로 데려다 줘." 나는 조용히 손녀에게 "나하고 손잡고 계단이 몇 개인가 세면서 올라갈까?" "싫어! 싫어! 목마 타고 올라 갈 거야." 나는 엎드려서 어깨에 목마를 태우고 터벅터벅 이층으로 올라갔다. "할아버지 내 침대 옆에 가만히 서 있어" 하고는 침대 밑에서 플래스틱 막대기를 집어들고는 "할아버지 내가 가리키는 것을 읽어야 돼" 하고 침대옆 벽에 붙여 놓은 알파벳을 하나 하나 가리키면서 읽으라는 것이다.
나는 막대기가 가리키는 대로 A... B... C... 하면서 마치 선생님 앞에선 학생 같이 읽어 내려갔다. 마지막 Z자를 다 읽고 나니 손녀는 두 손 모아 팔짱을 끼고 서서 할아버지를 향하여 "굿 보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이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마치 오랫동안 노력 끝에 나에게 주어진 면류관을 쓴 것같이 손녀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그 한가지만으로 모든 피로가 사라지고 그렇게 마음이 즐거울 수가 없었다.
한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에게 자그마한 인정을 받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모두가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인정을 받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한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토록 염원하고 바라던 월드컵 4강이 확정되는 순간 모두가 함성으로 온 세계를 덮어버리고 말았다. 우리들의 삶 속에서 선택은 포기를 의미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그것을 얻지 못한다.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창출한 우리 태극전사들은 축구 하나만을 위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고 피나는 훈련과, 연습과, 노력 끝에 축구인으로서 세계인들에게 ‘굿 보이’라는 명예의 면류관을 얻게 된 것이다.
철학자인 하이데거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인생이 살아가는 삶에서 진리가 없이 확고한 인생관이 없이 뚜렷한 목적 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평균적 인간이라고 말했고 이러한 사람들은 애매하게 살아가는 것이 특색이라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어려운 삶 속에서 각자에게 맡겨진 분야가 있다. 그 주어진 일이 무엇이든지 진리 위에 서서 확고한 인생관과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진취할 때 이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굿 보이’의 면류관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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