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불황에 접어들었던 미국경제는 금년 상반기동안 꾸준히 개선 기미를 보였지만 주식가격이 등락의 혼미를 거듭하는 등 다시 예측을 불허할 만큼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경제는 지난 1년간 9·11테러 사태까지 겪으며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 와중에서도 유독 부동산 시장만큼은 크게 활기를 띄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또, 그 동안 전국적으로 많이 오른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은 없을까?
전국 부동산업자 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과거 12개월 동안 부동산 가격은 전국적으로 7%이상 상승했다. 뉴욕, LA, 워싱턴 DC 등 대도시에서는 근 20%씩 뛰었고 하이테크 붐으로 부동산 시세가 천장부지로 뛰다가 다소 주춤했던 샌프란시스코 지역도 최근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이 뛰는 이유는 무엇인가? 네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우선, 40년만에 처음 보는 낮은 주택금리가 주택 구입을 자극하고 있다. 모기지 율이 6% 이하로 내린 예는 극히 드물다. 금리가 낮으면 주택 소유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줄어 소비자들은 더 크고 편안한 주택을 선호하게 되어 주택거래가 활발해 지면서 수요가 늘게되고 가격상승을 유발한다.
둘째, 인구 변동 추세이다. 1980년 후반부터 급격히 늘어난 해외 이민자들
이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나게 됐다. 동시에 소위 베이비 붐 세대들의 노령화 현상도 주택 보유율을 높이는데 가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층의 자가 주택 소유율이 가장 높다.
셋째, 금융기관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주택 융자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까다롭던 주택융자 조건들이 최근 대폭 완화됨으로서 주택구입이 크게 쉬워졌다. 예를 들면 종전에는 주택가격의 10~20% 다운 페이먼트를 요구했으나 요즘은 전혀 다운 페이먼트 없이도(nothing down) 집을 살 수 있어 어느 정도의 목돈이 있어야 가능했던 주택구입이 지불 능력만 있으면 무일푼으로도 입주가 가능해 졌다. 그뿐 아니라 융자기관들이 전통적으로 요구하던 소득의 28% 한도 내 월 지불금액도 완화돼 신용만 좋으면 융자해 줌으로서 주택 소유 인구를 확대시키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때문에 미국의 자가 주택 소유율은 68%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넷째, 주택 공급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요인들로 인하여 주택 수요는 폭발한 데 비해 공급은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원활하지 못했다. 우선 대도시 부근은 주택지로 개발할 수 있는 땅들이 이미 거의 개발된 상태인데다가 환경문제 등으로 개발을 억제하고 있는 형편이다. 건축에 따른 각종 규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시공자 부담비중이 높아지면서 신축 주택가격 상승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그 결과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주택의 절대수가 수요에 비해 넉넉지 못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수요의 6개월 분 정도가 주택 시장에 공급되는 데 비해 현재는 4개월 분밖에 안 된다.
집값의 등락은 경기변동에 민감해서 호황일 때는 오르다가도 불황이 닥치면 떨어진다. 그러나 이번 불황기에는 오히려 집 값이 꾸준히 올랐다. 따라서 머지 않아 주택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전반적인 주택가격 하락은 없을 것 같고 다만 상승폭이 둔화되거나 가격이 보합 상태를 보일 수는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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