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시즌이다. 여행시즌이다. 여행처럼 즐거운 일이 없다. 로토 당첨자들이 인터뷰하는 것을 보면 으레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우선 세계여행을 하고 싶고…” 운운한다. 세계여행 하려면 최소한 두달은 걸린다. 돈 있으면 두달 여행할 수 있을까.
여행에도 ‘칼 멩거의 법칙’이 적용된다. 상품의 가치는 객관적이 아니라 주관적이라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다. 여행기간이 길수록 좋을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어느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그 다음부터는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어린아이들이 디즈니랜드에 들어오자마자 흥분하는 것처럼 어른들도 여행 떠나는 첫날은 흥분에 가득 차게 된다.
그러나 이 흥분에는 한계가 있다. 노인과 아이들은 대부분 3박4일이다. 그리고 중년은 5박6일이다. 일주일이 지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로해 진다. 새벽부터 일어나 밤늦게까지 구경하는 것이 겉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굉장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관광회사 여행이 ‘주마간산’이라고 하지만 단체여행이기 때문에 시간을 지켜야 하고 짐 꾸리고 푸는 것 자체가 하나의 짐이다.
여행에서는 일주일이 넘으면 피로해지고 10일이 지나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부부들 중 싸우는 케이스가 더러 있는 것도 무리한 스케줄을 잡았기 때문이다. 효도관광이랍시고 70세가 넘은 부모들에게 15일간 유럽일주 여행을 선물하는 자녀들이 있는데 한번 재고해 볼 일이다. 장기여행에는 체력과 정신력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노인들에게는 10일 넘는 코스는 무리다. 나중에는 지쳐서 버스에서 내리지도 않고 “젊은 사람들이나 갔다 오슈” 하면서 버스 안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관광도 귀찮고 빨리 집에 돌아가 쉬었으면 하는 표정이다.
노인뿐만이 아니다. 여성들도 비슷한 체질이다. 일주일이 지나면 집 걱정을 하기 시작하고 10일이 지나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지면서 신경이 날카로워 진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을 실감 한다.
한국인의 여행문화는 이제 시작단계다. 구경하고 먹고, 구경하고 먹고의 되풀이다. 가슴으로 하는 여행이 아니라 눈으로 하는 여행이다. 하나라도 더 봐야 밑천을 빼는 것으로 생각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깊이보다 넓이를 중요시하는 여행이다.
한번은 어느 여행사를 따라 갔는데 하도 주마간산식으로 하기에 “좀 곳에 머물더라도 깊이 있게 볼 수 없느냐”고 했더니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손님들이 그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한번 휘 둘러보고는 빨리 가자고 합니다. 손님 취향 따라가다 보니 이렇게 된 겁니다”라고 설명한다. 일리가 있다고 본다. 박물관 같은 것은 별로고 그저 경치보고 사람 북적대는 것 구경하고 샤핑하고… 이것이 코리안 관광 스타일이다. 그러나 주마간산식의 관광회사 관광이 갖는 장점도 있다. 스케줄과 식사 메뉴 둘러싸고 부부간에 싸움 벌일 필요가 없다. 그저 모이라는 시간에 모여 정한 메뉴를 먹으면 그만이다.
관광을 즐기려면 눈으로만 하지말고 가슴으로 해야 한다. 역사를 되새기면서 유적을 살피고 자연의 변화, 현지인들의 관습, 도시의 환경을 음미할 줄 알아야 성숙된 관광이다. 언젠가는 코리안의 관광패턴도 바뀔 것이다. 오페라 관광, 포도주 여행, 에베레스트 등산, 희귀한 새나 꽃 보기 관광, 다른 종교 배우기 등등 전문화되고 깊이 있는 관광시대가 올 것이다.
왜 여행날짜가 길어질수록 지루해지고 피곤해지는 것일까. 관광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없고 그저 눈으로 보는 것만 즐기려 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만족하는 것은 금방 싫증나게 마련이다. 가슴으로 하는 관광, 공부하는 자세로 배우는 관광에는 지루함이 없다. 날이 지날수록 신기하게 느껴지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관광이 가슴으로 하는 관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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