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언대
▶ 이영조/오페라 황진이 작곡, 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교수
한국은 아직도 국립 오페라 단에 상근 단원이나 전속 오케스트라도 없으며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오페라 하우스도 없다. 독립성 없이 예술의 전당에 예속되어 있는 취약한 입지에 놓인 것이 우리나라 오페라 계의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오페라 단이 왜 그리도 많은 것인가? 한국 오페라 계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높다. 생전 오페라 한편 보지도 듣지도 못 한 이가 대본을 쓰는가 하면 음악의 리듬과 전혀 관계없이 꾸며진 춤, 현대적 소리의 울림과는 걸맞지 않은 고증에만 집착한 낡고 늙은 의상, 음악의 상징성을 모르는 연출, 종합예술이 아닌 개별적으로 분해(?) 돼버린 오페라도 흔하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흘러 오페라 전체를 볼 수 있는 실력 있는 이들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 개선될 수 있는 문제 일 것이며 우리나라 역사에 나타난 애국지사를 빙자하여 그 이름의 작품으로 예산 타내기 식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대는 일들 또한 세월이 지나 예술성 깊은 작품에 의해 밀려 사라져 갈 것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짧은 연륜에서 오는 작품구현의 미흡함에 대한 것이 아니라 비정상, 기형적으로 일그러져 가는 오페라 계의 영리적 모습과 이에 부응하는 성악가들의 문제점이다. 오페라 계에 가장 큰 어려움은 좋은 무대를 위한 예산상의 뒷받침이 부족한 것 일게다. 오페라단의 입장에서 보면 초라한 무대와 의상 몇 벌로 손님을 모은다는 것이 부끄럽고 힘든 일일뿐 만 아니라 출연자들이 출연료 지급 또한 만만치 않으니 이중고로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일부 오페라 단에서 출연자들에게 표를 덤터기로 맡기는 강매 방법은 지금 일어나는 일이 아닌 오래된 고전에 속하는 일이고 성악가들로부터 오히려 출연료를 받고 그들을 무대에 세우는 방법이 횡행하기에 이르렀다. 돈은 있으나 함량미달의 성악가들에게는 이것이 좋은 기회가 되었을지 모른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좋은 예술적 무대의 구현이 아닌 사업의 일환으로 하나 둘 뛰어든 단장들이 만들어 낸 수준 이하의 공연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고 기만을 당하는 이들은 오페라를 사랑하는 청중들이다.
정부에서 문화지원 일환으로 오페라 단에 지원하는 예산은 적은 액수가 아니다. 세금으로 이루어진 이 예산은 바로 이런 사이비 오페라 단에 흘러들어 가면서 진정한 예술로서의 오페라를 구현 하고자 하는 뜻 있는 단체를 육성하는 데에 크나 큰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체질개선을 바라볼 때 음악계 특히 오페라 계의 모습은 오히려 지탄받던 썩은 사회의 잔재를 주워 모으는 후진적 성향을 보여 온 지 오래다.
정부정책자들, 그리고 음악인 스스로가 이 일의 정화에 나서야만 예술가로서의 자존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진정한 모습의 오페라를 보여주는 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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