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의 ‘족보’에 대해 취재하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몇 년 전 리버사이드에 집을 산 한인은 평생 자기 집 대문을 낯 모르는 미국인 농부에게 열어 주어야 할 뻔했는데 이유인즉 수 십년 전 주택부지가 매매될 당시 맺어진 계약조건 때문이었다. 계약에 따르면 향후 입주하는 사람들은 토지 소유주였던 이 농부에게 모든 공간을 개방한다는 믿기 어려운 조건이 있었다. 그간 수 차례 집이 거래되면서 아무도 이것을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조항이 여전히 유효했었다.
다행히 꼼꼼한 부동산 에이전트가 이를 확인해 조항을 말끔히 삭제하면서 잘 마무리됐다고 하지만 계약대로 였다면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자주 일어날 뻔 했었다. 계약의 이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유령 출몰, 자살 등 집에 관련된 숨겨진 괴담에 대한 한인들의 반응도 미국인들과는 다르다. 집의 조건이 아무리 맘에 들어도 귀신이 나온다거나 한 맺힌 죽음 등이 발생한 내력을 알면 십중팔구는 계약을 중도에서 포기한다.
에이전트나 셀러는 지난 3년간 집에서 발생한 모든 죽음에 대해 바이어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으니 주택구입을 앞둔 한인들에게 그나마 다행이다.
반면 미국인들은 괴담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태어나면서부터 수 천년의 흔적을 안고 사는 우리와는 달리 국가의 역사가 짧아 늘 이야기에 목마른 미국인들은 집에 숨겨진 사연 하나 하나를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내고 또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것이 서부시대의 난잡한 술집이거나 범죄단의 아지트였다 하더라도 각각 의미를 부여받고 더 나아가 자랑거리가 되기도 한다.
최근 미 전역에서 오래된 집을 고쳐 이사하는 유행이 일면서 집의 족보를 찾아주는 대행업체들도 급성장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물론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걸리는 작업이지만 그 수요가 지난 99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오래된 법원서류부터 잡다한 기록, 설계도, 증언 등을 통해 막상 집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뚜껑을 열었을 때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 잘 살다 떠났다는, 그저 그런 이야기로 귀결되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평범치 않은 족보가 주위 사람들의 호기심을 부채질하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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