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이민 100주년을 기념해 ‘미주한국소설가협회’가 펴낸 ‘사막의 소리’ 단편소설집 출판기념회를 최근 취재했다. 소설가 협회에서 주최하는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다는 기대감으로 행사에 앞서 주말동안 이 책을 정독했다.
책에 나오는 내용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하면서 겪은 경험을 소재로 한 것들이라 피부에 와 닿았다. 타 지역이나 다른 국가들의 얘기가 아니라 생활속에서 겪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작품들 중에는 소재가 돋보이는 것들도 있었고, 문장력이 뛰어난 것들도 있었지만 논리의 비약이 심하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의도가 뚜렷하지 않은 소설도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재미있고 읽을만한 내용이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미국서 생활하면서 이같은 작품을 쓴다는 자체부터 높이 평가하고 싶었다. 정신적으로 각박한 이민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그런 작품을 쓸 수 있는지 ‘존경’ 스럽기도 했다.
이같은 생각으로 행사장이었던 LA한국문화원을 찾았을 때 적지 않게 놀랐다. 출판기념회에 온 한인들은 소설을 발표한 작가 10여명과 가족, 인사차 온 문인들을 제외하면 관심을 가지고 참석한 한인들이 채15명도 되지 않았다.
한인타운 인사들의 자서전 출판기념회에 200~300명씩 참석하는 것과 비교해 너무나 보잘 것 없고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명색이 소설가협회에서 이민 100주년을 기념해 펴낸 작품집인데, 한인들의 관심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에 실망스러웠다.
이날 행사장에서 한 문인은 “이 행사뿐 아니라 이 동네에서 여는 대부분의 문학행사 참석인원은 이 정도 수준”이라고 귀뜸을 해주었다. 남가주 문인들이 개최하는 문학행사는 문인들만의 ‘잔치’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문학 행사에 일반 한인들의 호응이 부족한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문학 단체들의 예산 문제로 인한 홍보 부족, 문인들 사이의 불협화음, 일반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정도의 지역 작가들의 ‘유명세’ 결핍등을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한인들이 한국에서 발표되는 문학 작품에만 너무 집착해 미주지역에서 나오는 작품들에 대해서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민이라는 한 울타리에서 공존하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한인 이민 역사가 100년을 맞고 있다. 한인들의 이민문학도 그동안 질적, 양적으로 성장해왔다. 이제는 이민 문학에 대해 한인들의 관심이 높아져야 할 시기이다. 독자들의 관심과 채찍속에서 훌륭한 작가들이 배출되고 이민 문학도 발전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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