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TV 방영된 엘비스 프레슬리 25주기 기념행사를 보면 엘비스가 마치 성인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3만5,000명의 팬들이 그의 묘지를 참배하는가 하면 비속에서 수만명이 촛불행진을 했다. 할리웃에서 영원한 연인으로 불리는 발렌티노나 마릴린 먼로도 그 정도는 못된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아 있다면 올해 67세다. 온몸을 흔들며 노래했던 그의 스타일은 50년대에는 파격,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내가 엘비스 프레슬리 TV 공연을 처음 본 것은 1956년 서울에서 방영되는 AFKN에서였다. 당시 어린 학생이었던 나는 미국에서 어떤 가수가 무대 위에 서기만 하면 여학생들이 기성을 지르고 브래지어를 벗어 던지는 등 야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지라 호기심이 대단했었다.
그런데 에드 설리반 쇼에 나온 엘비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하체 흔드는 것은 TV가 보여주지를 않아 소문보다는 별로였다. 후일 알게 된 것이지만 미국 학부형들의 비난을 고려해 방송국 측에서 엘비스의 상체 흔드는 모습만 방영한 것 이다.
인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눈은 한계가 있다. 엘비스가 좋은 예다. 사탄의 유혹으로 간주되던 그의 노래는 지금 클래식이 되어 버렸다. 오래 전에 멤피스에 있는 그의 저택 ‘그레이스랜드’를 관광할 기회가 있었다. 방이 18개나 되는데 어머니와 그의 묘가 집 뒤뜰에 있어 눈길을 끌었고 박물관에는 태극마크가 새겨진 그의 태권도 도복이 걸려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사범 L씨를 만나 엘비스에 관한 사생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33편의 영화에 출연하는 등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42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것도 약물과다 복용으로 말이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는가. 기자가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판단하면 그는 고독이라는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고 있었다. 엘비스는 팬들의 극성 때문에 외출을 할 수가 없어 백화점도 아무도 없는 밤 12시 이후에 가서 샤핑했다고 한다. 물론 백화점 측에서 특별 배려해 준 덕분이다.
텍사스에서는 라이프지와 인터뷰 도중 여성 팬들이 유리창을 깨고 몰려와 그의 옷과 셔츠를 찢어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거리에 나다닐 수가 없었다. 친구를 사귈 수가 없어 그 나이 또래의 젊은이 10명을 보디가드로 채용해 같이 놀았다. 돈주고 친구를 산 셈이다.
프리실라라는 미인과 결혼했으나 성격이 안 맞아 결혼 5년 만에 이혼하고 독신으로 지냈다. 그는 항상 납치 당할까봐 노이로제에 걸려 있었으며 특히 그가 가장 사랑하는 딸 라이자 마리가 납치될까봐 걱정을 했다. 태권도를 배우게 된 것도 이 납치 노이로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수퍼스타가 되고, 엄청나게 재산을 모으고, 가는 곳마다 구름같이 팬들이 몰려들었으나 그럴수록 그는 고독했다. 그의 생활은 새장 속의 새였다. 자기가 자기를 컨트롤할 수 있을 만큼 성공해야 되는 법인데 엘비스 프레슬리는 너무 갑자기, 너무 엄청나게 성공하는 바람에 성공이 짐스러워졌다.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수면제와 우울증 치료제를 과다 복용하게 되었다.
성공한다는 것과 행복해진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성공과 행복은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느 선까지는 정비례하다가 그 다음부터는 반비례한다. 너무 성공했기 때문에 불행해진 연예인-그가 엘비스 프레슬리다. 마릴린 먼로도 마찬가지다. 엘비스는 죽은 후에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 자신은 고독함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chull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