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푸’(Amour Fou-미친 사랑) 장르에 속하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사랑과 정열에 관한 스페인 작품으로 볼 것은 많지만 막상 내용의 주제인 정열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절절 끓게까지는 못한다. 16세기 초 스페인을 잠시 통치하다가 정적들에 의해 ‘미친 여왕’으로 몰려 권좌에서 물러나야 했던 조운 여왕에 관한 실화다.
궁중 역사 드라마의 요소들인 정치와 음모와 배신 그리고 라이벌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한 여인의 광적인 사랑이 뜨거운 불길처럼 타오른다. 그러나 정치 드라마와 러브스토리가 서로 잘 배합을 이룬 편은 못된다. 이에 비하면 케이트 블랜쳇이 나왔던 비슷한 류의 드라마 ‘엘리자베스’(1998)가 훨씬 훌륭하다.
1496년 스페인의 라레도에서 이사벨라 여왕의 젊은 둘째딸 조운(필라 로페스 데 아얄라가 맹렬 연기로 스페인의 오스카인 고야상 주연상 수상)이 배를 타고 플랜더스로 떠난다. 브러셀을 지배하는 핸섬한 왕 필립(다니엘 리오티)과 정략 결혼하기 위해서다.
머리를 산발하고 야성적으로 생긴 필립과 정열적인 조운은 서로 첫눈에 반해 정식으로 결혼도 하기 전에 뜨거운 정사를 나눈다. 이때부터 둘은 만사를 제쳐놓고 육체적 사랑에 탐닉한다. 필립은 왕답지 않은 자로 통치보다 여자와 사냥으로 세월을 보내나 조운은 필립을 일편단심으로 사랑하며 끊임없이 그의 마음과 몸을 다한 사랑을 요구한다. 남편의 바람기에 질투하고 고통하고 또 분노하는 조운의 미친 사랑은 결국 그의 파멸의 원인이 되고 만다.
한편 스페인의 왕위 계승자가 모두 사망하면서 조운이 귀국, 필립측의 귀족들과 스페인의 기득권층간에 전쟁이 일고 이 와중에 조운의 질투에 시달리던 필립은 의회를 소집, 조운을 광인으로 공식 발표한다. 그런데 이때 국민의 지지를 받는 조운이 나타나 자신의 왕권을 확인하면서 치명적 병에 걸린 필립은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그러나 조운은 통치보다는 여인의 질투에 사로잡혀 결국 왕좌에서 쫓겨나 유배된다.
흥미 있는 얘기가 완결되지 못한 채 절단된 듯 묘사됐고 또 산만하다. 좋은 세트와 의상 및 생동감 있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정열이나 내용의 깊이와 성숙도가 모자라는 느낌. R. 감독 빈센테 아란다. Sony Pictures Classics. 파빌리언(310-475-0202), 유니버시티6(800-555-T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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