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권투 사상 권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겨놓은 두 선수는 김득구와 4전5기의 홍수환일 것이다.
이 영화는 젊은 나이에 세계 챔피언의 꿈을 안고 라스 베이가스에서 레이 ‘붐붐’ 맨시니와 라이트급 경기를 벌이다 14회전서 녹다운, 급기야 사망하고 만 집념과 의지의 인간 김득구에 관한 자전적 작품이다.
기자가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돼 있은 이 경기를 보면서 흥분하고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영화를 보던 나는 다시 한번 권투라는 것이 얼마나 야만스런 경기인가 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가난에 찌든 삶을 벗어버리기 위해 박서가 된 김득구는 어떻게 보면 집념과 욕망의 희생자라는 생각을 했다.
득구(유오성)는 강원도 바닷가 마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 가출,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다.
막일을 하며 하루살이 삶을 살던 그는 동아체육관에 들어가 권투를 배우면서 비로소 삶의 좌표를 찾는다. 동아체육관은 득구 외에도 박종팔 선수 등 수많은 국내 및 아시아 챔피언을 배출한 곳.
매우 인간적인 김현치 관장과의 관계와 동료 체육관생들과의 우정 등과 함께 득구의 피나는 연습과정이 묘사된다. 여기에 득구와 체육관 위층의 여사무원 경미(채민서)와의 순수한 로맨스가 스며들며 거친 사나이들 세계 영화에 부드러움을 제공한다(경미는 후에 득구의 유복자를 낳는다). 동양 챔피언이 된 득구는 마침내 세계 챔피언의 야심을 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친구’를 만든 곽경택 감독과 유오성이 다시 콤비가 돼 만든 이 영화는 LA까지 와 야외 특설 링세트를 만든 뒤 대규모 엑스트라를 동원해 사실감을 살린 작품이다.
득구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해 부각시키고 있는데 볼만은 하나 파란만장한 사나이 주먹인생을 그린 작품으로서는 정열과 극적 강렬함이나 박진감이 모자란다.
권투영화라기보다 인간드라마인데 수준급이지만 리듬과 속도와 연출력 및 연기 등이 모두 규정 속도를 지키며 달리는 버스 같아 승차감이 약하다. 26일까지 다운타운 그랜드 극장(345 S. Figuero St., 213-487-1300). PG-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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