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처럼 차고 냉정한 관계의 프랑스 심리 드라마로 부자간의 이야기인데도 긴장감이 가득해 심리 스릴러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뜻밖에 돌아온 아버지와 이를 맞는 아들간의 심리전이 손에 식은땀을 쥐게 할 정도로 서스펜스를 조성하는데 여류감독 안 퐁텐느(공동각본)는 영화 ‘드라이 클리닝’에서도 뜻밖의 침입자가 평온한 세계를 붕괴시키는 이야기를 했었다.
진행속도와 카메라의 움직임 그리고 화면구성과 세트 및 연기 등이 한결같이 숨막힐 정도로 차분하고 정리정돈 돼, 보이지 않는 부자간의 대결이 육박전 보다 더 격렬하게 느껴진다.
40대의 성공한 노인병 의사 장-뤽(샤를르 베를링)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아내 이자(나타샤 레니에)와 베르사유의 대저택에서 사는 동네 유지로 그야말로 완벽한 부르좌 계급.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아직 인생의 좌표를 못 찾고 있는 동생 파트릭(스테판 기용)을 자신의 BMW 운전사로 고용해 먹여 살리는 장-뤽의 저택은 자신의 병원처럼 너무도 깨끗하고 말끔해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장-뤽의 이런 표면상 완벽한 삶은 위선과 허위와 냉담함의 바탕 위에 세워진 허상. 임신 못하는 아내와의 관계도 형식적인데 장-뤽은 오히려 자신의 조수인 시리아 태생의 미리앙(아미라 카사르)과의 정사에서 인간적 정열을 불사른다.
그런데 어느 날 장-뤽이 어렸을 때 가정을 버리고 훌쩍 아프리카로 떠났던 의사 아버지 모리스(미셸 부케)가 돌아오면서 장-뤽의 100점짜리 부르좌의 삶이 뿌리째 뒤흔들린다. 늙었지만 아직 생기발랄한 모리스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냉정하고 잔인하게 아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그 삶의 허상을 차근차근 깨어버린다. 늘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을 품고 있던 장-뤽은 모리스가 자신의 삶의 현상을 들쑤셔 놓는 것을 경외감과 분노, 증오와 의문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이 불청객의 의도와 또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그런데 모리스는 아들의 이런 태도에 아랑곳 않고 장-뤽 가정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면서 급기야 장-뤽의 분노가 폭발, 부자간에 육박전이 벌어진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을 모리스와 장-뤽간의 관계와 대결에서 보여주면서 아울러 부자간의 궁극적 사랑을 장-뤽이 모리스의 볼을 쓰다듬는 제스처를 통해 감정 충만하니 묘사한다.
모리스(부케의 도둑고양이 같은 연기가 일품)는 왜 돌아왔는가. 아들과 화해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뒤늦게 과거에 못한 아버지 노릇을 하기 위해서인가.
성인용. New Yorker. 파인아츠(310-652-1330), 타운센터5(818-981-9811),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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