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파원 코너
▶ 김인영 <서울경제 뉴욕특파원 >
얼마전 매사추세츠주를 다녀오다가 조그마한 가게에 들렀더니, 주인 아저씨가 "경제도 나쁜데 또 전쟁이냐"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걱정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테러 1주년 다음날인 12일 유엔 연설에서 이라크가 핵 사찰을 받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응징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의 연설은 그동안 딕 체니 부통령의 발언보다 강했지만, 구체적인 공격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국제적인 지지를 넓히고, 국내 여론을 확보하기 위해 적어도 오는 11월초 중간선거 이후로 공격 시기를 늦추지 않을까 생각된다.
매사추세츠주의 가게 주인의 말처럼 문제는 경제다. 많은 사람들은 산유국인 이라크를 공격하면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중동 이슬람 세력의 보복이 강화돼 미국이 또다시 테러의 두려움에 떨게 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과연 최악의 시나리오가 올까. 물론 국제상품거래시장에서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라크 공격이 미국 경제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고, 오히려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부분도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기름값을 따져보자. 올들어 국제시장에서 기름값이 40% 이상 뛰어 배럴당 30달러를 위협하고 있는데, 유가가 무한정 오를 수 없는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최근의 유가 상승은 상반기 중에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석유수요가 늘었는데도 산유국들이 기름 생산을 동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석유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98년 아시아 위기때의 기름값이 배럴당 10달러로 떨어졌을때의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는데, 만일 배럴당 28달러가 넘어가면 카르텔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카르텔에 속해있지 않은 러시아가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미 현재의 유가에 전쟁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전쟁을 전제로 배럴당 3~6달러의 값이 더 붙어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따라 배럴당 40~50 달러까지 수직상승하더라도 곧바로 시장가격을 찾아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91년 중동전때도 그랬고, 지난해 테러 직후에도 유가가 단기간 급등했다가 며칠만에 정상화된 적이 있다.
이라크 공격이 미국 경제에 도움을 주는 점도 있다.
전쟁비용이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 이라크 공격에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수백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공격에 필요한 전투기와 포탄, 탱크 제작비용은 미국 정부 재정에서 나와 군수업체와 하청회사에 들어간다. 포탄은 바그다드에 떨어지지만, 포탄을 만드는 돈은 미국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테러후에 연방정부가 1,000억 달러의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부어 단기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경제상황을 이겨냈던 것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또 전쟁에 승리하면 지난 10년간 미국의 잠재적 적을 제거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안심하고 경제생활을 하게 되고, 미국 금융시장은 국제자본의 안전한 투자처로서의 기능이 강화된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경제가 외교적 이슈나 군사 행동에 의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공화당원인 그가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한 정치적 발언일수도 있지만, 과거의 역사는 이같은 정황을 입증했다.
지난해 테러가 났을 때 미국 경제가 파국을 치달을 것으로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걱정했지만, 다음달인 10월부터 미국 경제는 ‘V자형’으로 회복되지 않았던가.예고된 이라크 전쟁이 미국 경제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고 지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미국이 얼마나 폭넓은 외교적 지지를 획득하느냐, 얼마나 빨리 전쟁에서 승리하느냐 하는 것이 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