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 대북 비밀지원 의혹 사건으로 한국 정치권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남가주의 뉴포트비치 포시즌 호텔에서는 한 은밀한 인터뷰가 있었다.
주인공은 현대상선 대주주이자 대북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인터뷰는 사진촬영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힘겹게 성사됐다.
정 회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뒷거래로 대북지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은 사실무근이며 계열사 주식매입 여부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4,000억원이란 큰돈을 주식매입에 사용했다면 이는 당연히 공개돼야 할 사안이고 금융감독위원회 자료를 찾아보면 금방 드러날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회장은 산업은행으로부터 4,000억원을 대출 받은 것에 대해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 않아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단지 나중에 이를 보고 받았으며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현대상선 자구계획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가디나에 소재한 상선 소유 건물을 2,850만달러에 매각했지만 아직 대금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회장의 주장은 일반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
어려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4,0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돈을 금융기관에서 빌렸다면서도 이를 최고 경영주인 정 회장이 나중에 보고를 받고서야 알았다는 말을 과연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건물매각 대금이 이미 두달 전에 지급됐던 사실을 여태 모르고 있다는 것 역시 일반 상식으론 이해하기 쉽지 않다.
또 산업은행으로부터 4,000억원 특혜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깊이 관여했던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 이미 LA에 체류중임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이 그를 만나지 않았다는 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정 회장은 “10일을 전후해 귀국할 것이며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언해야 한다면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현재로선 뭐라고 말할 수 없다”는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그동안 대북사업은 수시로 구설수에 오르는 단골 메뉴였고 그 배경에는 북한이란 특수 국가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서 각종 의혹사건이 터질 때마다 핵심 인물들은 어김없이 미국에 들어와 숨바꼭질을 하고 다녀 한인사회의 눈총을 받았다.
정 회장도 이같은 부류로 분류되지 않으려면 직접 나서서 당당히 해명하고 이해시켜야 하겠다. 이것만이 개성공단 개발에 참여할 미국업체를 찾기 위해 왔다는 정 회장의 대북사업 의지를 확실히 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
황 성 락<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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