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나이에 하이킹을 준비하면서 그것도 오랜만에 내 마음속에 갇혀있던 산행에 대한 설레임은 국민학교 시절 소풍전날 느끼던 기분이다.
옛날 시골 국민학교 시절에는 흰 광목 가로세로 한자 정도 크기에 책을 둘둘 말아서 대각선으로 등에 묶어 메고 다니던 기억들이 였는데 하이텍 시대인 오늘 백팩(backpack)이라는 등지기 가방에 세면도구를 챙기면서 세월이 여류함을 새삼 느끼며 하와이 아름다운 비경을 찾아가게 된다.저녁에 알로하항공 탑승대 입구에서 산악팀 대장 이하 18명은 모두 상기된 것이다.30여분후에 마우이에 도착, 공항서 교통편을 마련하느라 30여분 남짓 기다리면서 마음의 문이 열리는 것을 느낀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느끼는 해방감이라 해야 하겠다.
캄캄한 밤길을 달려 하나 지역으로 이동한다. 50마일을 조심스럽게 가야 한다고 한다. 하와이 비경을 찾아가는 길을 617개의 꼬부랑 길을 돌고 돌며 56개의 다리를 건너서 가야 한다.
밤이라 밖은 보이지 않고 희미한 수평선이 시야를 가끔씩 스칠뿐 캄캄한 밤이다.
밤10시47분에 와이아 나파나파 케빈에 도착해서 내려보니 온 천지가 암흑이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케빈에 도착하자 마자 한 케빈으로 보여 해외(?)로 나왔다는 홀가분함을 만끽하려 술 한배를 돌리면서 각자 자기 소개가 이어질 때마다 많이 듣던 이름인데 이 분이구나 하는 반가움도 터져나온다.
그렇게 첫날밤은 깊어졌다. 시원한 바닷 바람에 실려오는 숲속의 향기를 느끼며 일어난 케빈은 오아후에서 보기 힘든 나무들 뿐이었다.
부산아지매(이광규씨 부인)와 마리아 자매님의 된장국 끓이는 냄새가 고향을 몇번이고 왔다갔다오고 함께하는 아침식사는 새벽에 농사일 하고 돌아온 농부가 느끼는 밥맛이다.
오늘 첫 관광과 산행이다. 와이아나파나파 주립공원내 팔리아만의 흑사변과 해변동굴 그리고 물이 고여있는 전설의 동굴의 관광이다.
이런 절경 따라 6마일의 화산석 위로 조그만한 길을 따라 마음의 도전으로 잠재우며 발길을 옮긴다.
고대 하와이언들이 지붕재료를 즐겨 사용했던 할라나무 잎들, 전설의 꽃인 나우파카, 수십길 낭떠러지 밑으로 몰아치는 파도, 둥근 돌들이 뒤섞인 화산석 세로를 쉼없는 육신의 힘, 그리고 펄렁이는 마음으로 걷고 있다.
땅의 역사를 본다. 용암의 분출의 시대를 보고 있다. 붉은 용암물이 바다로 간 것을 이야기한다. 온통 검은 자갈이 지금까지 파도와 인연을 맺고 자기 희생의 산물로 동그란 모래알이 된 것으로 본다.
무사히 6마일의 하이킹을 마치고 케빈으로 돌아간다.여성대원들 대견하다.
점심식사후 하나시내를 나들이 나간다. 조그마하고 평화로운 시골마을이라 표현함이 어울릴 것 같다. 앞은 푸른 바다 넘실거리고 뒷산은 초목지로 목장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특이한 것은 100여년 넘게 유일한 점포 하나에 생필품이 구입되는 그러나 없을 것 없는 상점이 하나 있을 뿐이다.
삼겹살로 저녁을 풍성히 즐기고 우리 대원들 각자의 장기 자랑이 이어진다.6마일의 쉽지않은 산행길을 뒤로한채 함박웃음과 즐거운 마음으로 옹기종기 모여앉아 한 대원 한 대원씩 마음속에 준비한 기량을 발휘한다.
비장의 무기인 노래솜씨는 이 계곡을 반향되어 날린다.
한 시대를 마음에 묻어둔 한 대원의 첫사랑 이야기는 대원들의 마음속에 회한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리고 신부님의 불교강의 그것은 진리의 가르침 아닐까. 서울에서 오신 여교수님의 이민사회에 대한 관심사항들은 정적이 흐를 정도로 진지하다.
-조관제(인터내셔널 미드팩칼리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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