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 분야에서 유능하고 탁월한 여성 지도자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다. 금융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여성이 지점장이 되었다는 소식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20년 전만 해도 여성들은 지점장을 꿈도 꾸지 못했다. 그 정도로 확고한 남성만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여자 지점장이 과감히 등용된 후 은행가는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여자 지점장의 고충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10여년 전만 하여도 남자 고객들은 지점장이 여자라면 대출상담을 꺼려하였고 말도 없이 계좌를 폐쇄하는 고객도 많았다. 여자 지점장을 스스럼없이 대하면서 지점장으로 인정해 주는 고객을 만나기는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은행마다 여자 지점장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 지점장들이 조용하게 그러나 당차게 마케팅을 해나가면서 남성 일색의 은행 분위기는 부드럽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실적면에서도 두드려져 이제 여성 지점장은 은행 발전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점장이 편안한 자리는 결코 아니다. 은행규정과 고객과 개인적 명예까지 함께 지키며 도태가 아닌 발전에 기여하려면 늘 긴장의 연속이다.
한 손으로 자동차 핸들을 돌리고 한 손으로는 립스틱을 바르며 종횡무진 달리다 보면 하루가 모자란다.
재력을 가진 성공한 사업가를 만나고, 성실히 살고자 노력하는 분들과 융자 상담도 하며, 예금유치를 위해 낯선 곳을 찾아 미지의 고객을 발굴하며 지점을 이끌어 가노라면 때로 강렬한 희열을, 때로는 좌절을, 가끔은 인생을 왜 사는지, 왜 숫자들의 행렬로 하루가 메워지는지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오랫동안 공들이며 애쓴 예금을 유치하고 나면 뿌듯한 마음에 시장기도 잊고, 대출 한 건을 승인 받아 지점에 기여하게 될 때는 그 기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다.
이제 세상은 남자와 여자의 성별로 직종이 구분되지 않으며 업무 능력이 우선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지 지점장을 하기 위해 냄비 마냥 금새 달궈졌다 식어버리는 얄팍한 만남보다는, 가마솥같이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 시간이 갈수록 기억나며 이름 석자만 들어도 감사를 느낀다는 고객들을 많이 갖고 싶다.
급변하는 인터넷 시대, 자고 나면 생겨나는 한인 은행들간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이민 1세대에서 1.5세대로 넘어가는 세대교체의 바람들이 은행 내에 몰아치고 있다.
그 바람결에 이민 1세 직원들이 하나둘씩 타업종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넘치게 많은 여자 지점장들은 한인은행뿐 아니라 주류사회 은행에서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히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맹렬 여성의 위력은 계속 은행가를 달구어 나갈 것 이다.
장외순 중앙은행 세리토스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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