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정과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알려면 화장실에 가보면 안다고 한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고속도로 휴게실이나 공원 등에 있는 공중화장실의 깨끗함과 넉넉하게 준비돼 있는 깔종이와 휴지, 잘 정돈된 주변조경이었다.
한인이 주인인 조그만 빌딩의 1개 층에 11개 업체가 세 들어 있는데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의 모습은 1년 365일 거의 비슷하다. 바닥에 널려 있는 한국어 신문지들과 휴지 조각들, 담뱃재, 더러운 싱크대… ‘금연’ ‘화장실에서 신문을 보지 맙시다’ ‘깨끗이 사용합시다’등 청소하는 아저씨의 친필 호소에도 아랑곳없이 행여나 하고 걸어보는 기대는 늘 무너지고 만다.
이곳에 있는 입주자들의 업종을 살펴보면 고학력 소지 전문직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곳은 미국 속의 한국이다. 레스트 룸은 말 그대로 쉼의 공간인데, 왜 이럴까.
나 하나만 볼일 보고 나면 그만이라는 시민의식의 결여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 그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가정교육의 결손 탓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20대에 우리가 사는 이곳에 건너와 청운의 푸른 꿈인 유학을 접고, 동포들의 집집을 직접 찾아가 청소해 주었다. 타민족들로부터 존경받는 조선인이 되려면 청결이 우선이라며 이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민족정신의 개조를 위하여 앞장섰다.
높은 시민의식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화장실내 문화를 배워 몸에 익혀야 한다. 치약 짜는 법, 비누를 쓰고 나서 간수하는 법, 수도꼭지 잠그는 법, 내가 닦은 수건을 거는 법, 다음 사람이 앉아야 될 변기의 사용법에 이르기까지 집안의 가장 작은 공간에서의 공중도덕을 배우도록, 부모들이 몸소 실천하고 가르쳐야 한다. 행여 자녀들이 더럽게 쓰고 나간 화장실을 아무런 느낌 없이 청소할 게 아니고, 아이를 불러서 다음에 쓸 사람이 얼마나 기분 나쁠 것인가를 깨닫게 하고 아이 스스로 청소하도록 만들며 철저히 훈련시켜야 한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 나가서도 샌다” 하지 않는가.
우리는 자녀에게 무엇을 유산으로 남겨주고 갈 것인가. 썩어질 재물인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썩지 않을 정신적 유산인가. 작은 일에 충실한 사람이 큰 일도 성사할 줄 아는 법이다. 화장실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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