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무엇보다, 북한은 지난달 1970, 80년대 일본인을 납치했음을 시인했다. 그리고 2주전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의 회담에서 핵무기의 핵심 폭발 연료인 우라늄을 농축하는 비밀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일본인 납치 시인으로 북한은 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핵 개발 프로그램 시인으로 미국과의 협상을 벌이려 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는 이를 북한 정권을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겠지만 보다 현명한 관리들은 범죄-처벌 등의 단순한 접근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다. 북한은 그동안 적으로 지내온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조건으로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를 보인 것이다.
미국의 증거 제시에 핵 개발 프로그램을 인정함으로써 북한은 이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미국은 북한의 외교협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1980년대 말 북한 지도자 김일성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 일본, 남한과의 관계개선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결정했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고립을 풀어주기 전에 핵무장을 저지해야 한다는 원칙만을 고수해 결국 북한, 일본, 남한의 관계는 계속 냉각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나 북한은 핵 개발 카드를 미국과의 협상용으로 줄곧 활용해 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이는 지난 94년 체결된 제네바 협정의 골간이다. 이 협정에 따라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궁극적으로 폐기하기로 합의했었다.
이 협정은 우라늄 농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고 다만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종식도 협상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을 뿐이다. 그리고 수주 후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했고 클린턴 대통령은 의회에 정면 도전하지 않으려 제네바 협정 이행 속도를 늦췄다.
미국이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자 북한은 이 협정을 폐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려 노력했다. 2000년 김정일은 모든 미사일 기술 수출, 실험, 생산, 배치를 중단하겠다고 제의했다.
미국의 강경파는 북한이 경제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협박하고 있으며 결국 약속을 파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지로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이 협조적이면 북한도 협조적이었고 미국이 뒤로 빼면 북한도 그랬다. 이를 알고 남한과 일본은 지역 안보강화 차원에서 북한과 화해를 시도했다.
북한은 지금 미국과 협상을 원하고 있다. 지난 8월29일 존 볼튼 국무부차관은 북한을 생화학무기 생산국, 미사일 기술 수출국, 유엔의 사찰을 막는 나라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북한은 이틀만에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북한은 미국이 적대정책을 거두면 미국이 갖고 있는 모든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미 강경파는 1994년 한반도 전쟁위기를 들먹이고 있다. 지금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은 세 가지다. 제재, 공격, 협상이다. 제재는 그동안 가 왔지만 별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
미국의 호전적인 자세는 남한과 일본은 소외시키고 중국에서 적대감을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공격을 하더라도 핵무기의 소재를 모르고선 불가능하다. 미 정부가 계속 협상을 거부한다면 핵 무장한 북한과 공존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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