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반군 모스크바 인질극
기관총 쏘며 밤중 진입…온몸에 폭발물
23일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체첸 반군 게릴라들에 의한 극장 관객 인질 사태는 범인들이 러시아가 수용하기 어려운 러시아군의 체첸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데다 억류된 인질 수가 많아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체첸 반군이 저지른 대부분의 인질 사건에서 러시아 진압군과 인질은 늘 큰 피해를 입었으며 인질범들은 도주했다
■ 진입 순간
마스크를 쓴 위장복 차림의 반군들은 23일 오후 9시 5분(이하 현지시간)께 뮤지컬 2막이 시작되던 극장에 지프 차량을 타고 도착, 공중에 기관총을 난사하며 진입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스메르트니키”(대의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전사란 뜻의 러시아어)로 부르며 자동화기와 수류탄은 물론 각자 몸에 다량의 폭발물을 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질범 가운데는 차도르를 두른 20여 명의 여성도 있었다. 반군측은 이들이 체첸전에서 숨진 체첸 전사들의 아내라고 주장했다.
옛 소련 시절 공장지대 문화 공연장이었던 돔 꿀뜨르이 극장은 1,163석 규모로 이날 공연에는 711장의 표가 판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 현장과 대치
인질들 일부는 휴대폰을 통해 외부로 상황을 전하고 있다. 인질들에 따르면 반군 진입 과정에서 충돌로 극장 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으며 이미 복도와 좌석 등 극장 곳곳에 폭발물이 설치됐다.
반군은 체첸측 인터넷방송(www.kavkaz.org)을 통해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극장 안에 있으며 경찰이 진압을 시도하면 아무도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당국이 경찰과 특수부대 및 장갑차와 소방ㆍ구급차를 현장에 배치한 가운데 24일 오전 9시 15분께는 극장 안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리기도 했다.
극장 주변으로 달려나온 인질 가족들은 공포와 분노 속에 “범인들이 엄청난 폭발물을 가졌다. 제발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 1차 협상 실패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체첸 출신 아슬란베크 아슬라하노프 의원 등 2명의 의원이 범인들과 전화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반군의 거부로 협상에는 실패했다.
현장에 파견된 특수부대가 인질 안전을 고려해 섣불리 진압에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러시아 고위당국자는 “인질범들을 안전하게 제3국으로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체첸측 인터넷 방송은 반군들이 러시아군 철군 시한으로 1주일을 제시했다고 보도했으며 러시아 고위관리는 이번 사태 해결에 수 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체첸의 전설, 바라예프가(家)
이번 인질극은 체첸 반군의 전설적 지도자였던 아르비 바라예프의 조카인 모프사르 바라예프가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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