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는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린다 링글 후보가 필리핀계 주민들의 모임에 너무 많은 선물을 내걸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링글 후보가 필리핀계 주민들의 모임에서 라스베가스와 필리핀 여행권을 비롯해 텔리비전 수상기, 마이크로오븐 등 상품을 듬뿍 나누어주었는데, 이는 표를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공화당측은 이런 모임에 그 정도의 상품을 주는 것은 통상적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 메이지 히로노는 후보 지지모임에서 무료 음식 제공과 도어 프라이즈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비싼 경품까지 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필리핀계 주민들을 사이에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박빙의 승부가 될 11월의 선거를 앞두고 필리핀계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만 있다면 승리를 확신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왜 필리핀계인가?
2000년 센서스에 따르면 하와이의 필리핀계 주민들은 22만5,000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하와이에는 주류라고 불릴만한 인종 그룹이 없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백인계 인구가 가장 많고, 두번째는 일본계, 세번째 다수 민족그룹이 필리핀계다.
링글 후보가 백인이고, 히로노 후보가 일본계이므로 이들이 노리는 것이 세번째 그룹인 필리핀계 주민들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현재의 하와이 주지사가 이 필리핀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필리핀계 벤 카예타노라는 점도 이들 두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필리핀계만 잡을 수 있다면…”하는 마음을 더욱 채찍질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선거란 무엇인가?
선거란 주민들이 나를 대신해 줄 사람을 뽑는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없으므로, 나를 대신해 제도를 만들고, 내가 사는 고장을 내 대신 잘 돌봐달라고 대표를 뽑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민족이라서, 또는 선물을 받았다고 해서 그 후보를 뽑아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미국의 한인 언론들은 “한인 후보들을 뽑아 정치력을 키우자”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아무리 동족이라고 해도 한인이니까 무조건 뽑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다인종이 모여 아름다운 무지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늘 자랑하는 하와이가 서로 자기네 민족 출신만을 선거에서 뽑아주려 한다거나, 특정 민족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면 그 무지개는 결코 아름다운 빛을 발할 수 없을 것이다.
사이몬 김/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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