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LA 남쪽에 있는 다나 포인트에서 조카의 결혼식이 있어서 다녀왔다. 사위와 며느리는 직장 관계로 동행하지 못했고 딸과 아들 그리고 우리 내외가 새벽 일찍 차를 몰고 길을 떠났다.
아이들이 모두 결혼해 그들대로 가정을 꾸미고 바쁘게 지나다보니 좀처럼 함께 여행할 기회가 없다. 늘 운전석에 앉던 남편은 이제 승객의 자리로 옮겨앉고 나는 아예 뒷좌석에서 간식과 음료수를 권하며 어린애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우리는 오래전 아이들이 어렸을때 함께 여행을 다니던 일들과 대화들을 기억하며 깔깔 거렸다.
아들이 댓살때 지금처럼 네 식구가 클레어 레이크로로 여행을 떠났다. 바다처럼 넓은 호숫가를 하루종일 뛰며 놀던 아들이 “아빠, 우리 낚싯대 없으니까 저거라도 잡자”하며 손으로 호수위를 가리켰다. 돌아다보니 물위에는 오리 한가족이 한가로운 시간을 갖고 있었다.
또 한번은 처음으로 요세미티 공원을 갔을 때였다. 예약문화에 익숙치 못했던 우리는 가보면 으례 하룻밤쯤 묵을 곳이 있겠지 하고 캠핑 장비도 준비하지 않고 물론 호텔 예약도 없이 길을 떠났다. 요세미티에 도착해서도 여기저기 구경하며 사진찍기에 바빴다.
해가 질무렵 하루를 묵어갈 모텔을 찾았으나 방은 없고 날은 자꾸 어두워지고 다시 돌아 나오자니 너무 멀었다. 할수 없이 우리는 차를 숲속에 세워놓고 네식구가 차안에서 쪼그리고 하룻밤을 지냈다. 해가 바뀌도록 다시 여행을 못간 어느날 애들이 졸라댔다. “엄마, 우리 그 차안에서 잠자구 라면 끓여 먹는거 또 한번 가자”
함께 있어주길 원하고 함께 놀아주길 원했던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지금 바빠서 요 다음에.....” 란 핑계로 그냥 슬쩍 넘어가고 아이들이 이해하여 주기를 바랐던 지난 날들이 생각할수록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요 다음에...” 아이들은 그 요 다음을 기다려 주지않고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냇물처럼 지나갔다.
이제는 장성하여 모두 가정을 가진 아내와 남편이된,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과 한차에 타고 여행을 떠나며 얼마나 즐거운지 멀 것 같던 다나 포인트가 오늘따라 무척 가깝게 느껴진다. 만약에 내가 아이들에게 “얘들아, 우리 다 같이 옛날처럼 요세미티서 하루 지내자” 하면 뭐라고 대답할까?
“엄마, 지금은 우리들이 너무 바빠서 요 다음에.......”
늙으면 아이가 된다는데 혹이라도 애들에게 했던 그 핑계가 되돌아 오지않을까 은근히 걱정스럽다.
아이들이 “요 다음” 을 기다리지않고 어른이 되둣이 나도 기다리지 못하고 석양의 노을처럼 물들어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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