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 서울에 사는 시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캐나다 록키산맥에 안 가보았으면 가을에 같이 관광을 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도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쾌히 승락하고 가기로 하였다. 시동생 부부를 시애틀에서 만나 다음날 캐나다 뱅쿠버로 가 시동생의 친지와 합류하여 다섯 사람이 미니밴으로 떠났다. 각 학교의 여름방학도 끝난 뒤라 여행길이 붐비지 않았다.
몇 억 년 전에는 물에 잠겨 있었다는 높은 산들이 각양각색의 신기하고 위압을 느낄만한 모양을 하고 뽐내고 있는 모습을 참으로 탄성을 지르지 않고는 볼 수 없었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감동. 산이 있으니 물이 있고 물은 폭포로 쏟아지고 눈이 부시도록 맑고 깨끗한 호수를 이룬 그림 속 같은 곳을 통과하는 우리는 어린아이들처럼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아침 햇살에 전신을 목욕시키며 묵묵히 서 있는 우람한 산의 모습. 멀리 뻗어있는 계곡들. 아름다운 바위산, 푸른 산, 눈이 쌓여 얼음을 이고, 안고 있는 산과 나무들. 국립 산악공원과 인근 지방공원들의 뛰어난 절경들, 끝없이 이어져간 산 산 산... 얼마 안 가서 또 다른 모습의 산. 참으로 세계에서 보기 드문 감동적인 자연미를 즐길 수 있었다.
이곳에 와서는 살아있는 곰을 보아야 온 바람이 있다고 하여 열심히 곰이 나타나기를 고대하며 차창 밖을 내다보며 달렸다. 3일째 되던 날. 산 옆에 드디어 중간 크기의 곰이 나타났다. 산의 풀과 열매를 먹고산다는 곰.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차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다고 하여 차 속에서 바로 산 옆을 지나가는 곰을 사진기에 담았다.
산꼭대기의 온천은 그야말로 멋있었다. 따뜻한 천연수에 몸을 담그니 먼길의 피로도 단 번에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온천은 유황온천이었는데 그곳 역시 큰 산 위에 있었고 사람들도 많았다. 방갈로에서 스테이크를 구워먹던 저녁식사는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얼음산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얼음 위를 갈 수 있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 차의 안내자인 캐나다 사람이 우리 일행을 보고 한국인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하였더니 그는 갑자기 큰소리로 손뼉을 치면서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하는 것이었다. 깊은 캐나다 산골짜기에 ‘대-한민국’이 울려 퍼지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도 다 같이 ‘대-한민국’을 외쳤다.
벅찬 감격과 감동이 가슴에 밀려와 눈물이 솟아올랐다. 대-한민국을 소리높이 외치는 노래와 박수, 월드컵의 승리가 이토록 온 천지를 울렸단 말인가! 응원단의 북소리와 꽹과리 소리, 대-한민국을 외치는 7,000만 한국인들의 뜨거운 함성이 들리는 듯 하였다. 결코 잊을 수 없는 70회 생일 선물이었다. 가을의 추억을 영원히 안고 살아가련다.
김신복/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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