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의 압승이다. 한마디로 예상을 뒤엎은 결과로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을 장악하기는 반세기여 만의 일이다. 백악관을 차지한 당이 중간선거에서 패한다는 징크스도 깨어진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9.11 테러 발생 후 조성된 미국민의 일반적 정서를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우선 주목할 점은 미국민은 안보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테러 전쟁 등 안보정책 수행에 있어 현 부시 행정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경제보다는 안보, 거기다가 ‘강력한 미국의 리더십’이 새삼 강조된 이번 선거 결과는 동시에 미주 한인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부시 행정부의 해외정책이 더욱 공세적이 되리라는 전망에서 특히 그렇다.
초미의 관심사는 북한 문제다. 북한의 비밀 핵 개발과 관련해 미국과 북한 관계는 이미 심상치 않은 단계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선거 압승의 여파를 타고 부시 행정부의 강공 드라이브가 계속된다. 한미 공조체제는 경색돼 작동이 안 된다. 이 와중에 북-미 관계는 정면충돌 직전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한인사회 전반에 미칠 파장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이 점이 우려되는 것이다.
’안보 우선’의 사회 분위기도 그렇다. 임박한 이라크 전쟁, 계속되는 태러와의 전쟁, 강공 일변도의 해외정책 등으로 긴장감이 조성된다. 이는 또 인종간, 혹은 특정 소수그룹에 대한 증오심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 엉뚱한 불꽃으로 이민그룹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는 다른 한편 한인사회의 정치력을 가늠해 보는 계기를 다시 한번 마련했다는 생각이다. 한인의 투표율은 극히 낮다는 게 다시 확인됐다. 그나마 60대 이상 노년층이 투표를 하고 있고 젊은층은 투표에 관심이 없었다. 공직 출마에 따른 치밀하고 원대한 청사진도 볼 수 없었다. 여전히 ‘한인이니까 무조건 한인을’식의 발상이다. 2세를, 3세를 키워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보자는 접근자세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정치력은 결코 하루아침에 신장되는 게 아니라는 교훈을 새삼 절감케 한 선거였다. 한인의 정치 현주소를 철저히 점검해 대비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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