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막 받은 영성 훈련이 무색할 정도로 시험에 빠져드는 느낌이네요"
레노바레가 끝나기 10분 전 주차장에서 들었던 한 교인의 고백이다. 동양선교교회에서 열리는 대형집회에 처음 참석했던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행사장을 조금 일찍 빠져 나왔다가 이중 삼중으로 주차장을 꽉 메운 차들을 멍 하니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차를 돌려볼까 저렇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까 온갖 잔머리를 굴리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주차장을 어슬렁거리다 보니 주차장 정문에 "교회 본당 주차장을 노약자와 새 가족에게 양보해주시고, 임대 주차 공간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임대주차공간이 있었구나... 노약자도 아니고 새 가족도 아니면서 본당 주차장에 주차를 한 나는 이기적이다 못해 배려가 절대 부족한 인간으로 전락해버렸다. ‘나만 먼저’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해 여러 면에서 알량한 내 자신을 돌아봐야 했던 밤이었다.
대형교회마다 교인수가 많아지면 가장 고민거리가 주차 문제다. 온 가족이 한 장소로 향하는 날인지라 카풀도 힘들다. 일부 교회에선 주보를 통해 "주차가 사역입니다. 임대주차공간에 주차하시기 바랍니다"고 강조한다. 셔틀버스 운영도 교회의 필수사항이 돼버렸을 정도로 주차공간이 부족한 게 대형교회의 현실이다. 교회만 아니라면 ‘주차장 꽉 찼음’을 내걸고 몰려드는 차들을 돌려 보내야할 형편이지만 교인들이 알아서 떠나기 전에야 교회 나름대로 주차장을 더 확보하고 주차수칙을 정할 수밖에 없다.
서울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의 일화가 생각난다. 같은 교회에 오랫동안 다니지 못하도록 교인들을 좀 오래봤다 싶으면 교회에 나오지 말라고 했더니 어느 순간 지하 친교실에서 TV를 보며 예배를 드리는 교인들이 많아지더라는 것. 그 다음날로 더 이상 교회에 나오지 말라는 말이 쑥 들어갔다고 한다. 그랬더니 요즘은 "목사님 많이 변하셨네요. 이젠 목사님도 교인수가 많은 게 좋으신가봐요?"라는 말을 듣는다며 겸연쩍어 했다.
이번 주말 한인교회마다 열리는 전도집회에 처음 참석하는 초신자들에게 한 가지 팁. 참석하는 교회 주차장에 대한 사전지식을 갖고 교회로 향해서 첫 만남이 지닌 설레임 만큼 기쁜 마음으로 교회 문을 나설 수 있길 바란다. 특집2부 하은선 기자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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