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역전드라마 연출

4쿼터 27점차 뒤집기 성공
매브릭스에 105-103 감격승
‘진정한 챔피언은 쉽게 죽지 않는다’
잠자던 거인이 깨어났다. 샤킬 오닐의 복귀에도 불구, 팀 전체가 짜임새 없고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디비전 단독 꼴찌까지 추락, 회복 불능의 중병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던 LA 레이커스가 불씨가 꺼져가던 재 속에서 불사조처럼 되살아났다. NBA 최고 전적(17승1패)을 품에 안고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승승장구하며 LA 스테이플스센터에 쳐들어온 달라스 매브릭스를 상대로 NBA 역사상 2번째로 큰 점수차를 지워버리는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105-103으로 꿈같은 승리를 따내 ‘챔피언의 몰락’을 외치던 목소리들을 일거에 잠재웠다.
6일 밤 스테이플스센터. 전반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 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라커룸으로 향하는 레이커스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팀 오펜스는 실종됐고 디펜스는 허수아비 수준이었다. 더크 노비츠키, 닉 밴 엑슬, 스티브 내시 등 매브릭스의 명사수 저격수들은 끊임없이 장거리포를 레이커스 네트에 꽂아 넣었고 매브릭스가 연속 15점을 뽑아내며 전반을 마친 뒤 스코어는 64-36, 28점차였다. 안방 팬들의 우레 같은 야유공세는 참담한 레이커스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었다.
후반 들어서도 상황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3쿼터가 끝난 뒤 스코어는 88-61, 27점차로 거의 그대로였다. 몰락한 챔피언의 비참한 몰골이 눈뜨고 봐주기 어려운 형국이었다.
하지만 3년 연속 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레이커스에겐 자부심이란 최후의 보루가 있었다. 이처럼 무참하게 무너지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4쿼터 시작하면서 질풍노도처럼 반격에 나선 레이커스는 첫 5분간 매브릭스를 21-4로 압도하며 순식간에 리드를 10점차까지 좁혀갔다. 그리고 레이커스가 깨어나자 매브릭스는 허둥대기 시작했다. 턴오버를 연발했고 그처럼 뜨거웠던 슈팅터치도 갑자기 얼어붙었다.

코비 브라이언트(27점- 4쿼터에 21점)의 신들린 플레이를 앞세운 레이커스 추격은 한층 매서워졌고 끝내 1분28초를 남기고 브라이언 쇼의 3점포로 100-100 동점을 이룬 뒤 잠시 후 로버트 오리의 자유투로 101-100 이날 첫 리드를 잡았다. 매브릭스는 1분4초를 남기고 밴 엑슬의 3점슛으로 103-101로 다시 뒤집기에 성공했으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쇼의 점프슛으로 다시 동점을 만든 레이커스는 종료 8.4초를 남기고 브라이언트가 골밑을 돌파하다 턴어라운드 점프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냈고 마지막 공격에 나선 매브릭스의 마이클 핀리가 종료 버저와 동시에 쏜 3점슛이 림에 맞고 튀어나오자 거짓말 같은 역전극은 현실이 됐다.
레이커스(8승13패)로서는 침몰하던 시즌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기념비적 승리였다. 반면 악몽같은 패배를 당한 매브릭스(17승2패)는 대 레이커스 원정경기에서 지난 12년에 걸쳐 24연패를 당하며 다시 한번 LA 징크스의 악몽을 깨는데 실패했다.
<김동우 기자>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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