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히 젖는 황혼인생의 고독한 삶
늙은이의 로드 무비로 짓궂은 유머와 위트 그리고 촉촉한 습기가 있는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인생 관찰기다. 석양의 온기를 느끼게 하는 쓸쓸하면서도 연민의 정이 있는 코미디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슈미트의 고독과 좌절감을 공감케 될 것인데 사실 나를 비롯한 나이 먹은 모든 남자들은 슈미트나 마찬가지다.
글을 쓰고 감독한 알렉산더 페인은 신랄한 풍자가(‘시민 루스’와 ‘선거’)인데 이제 40대 초반인 그가 꿰뚫어 보는 평범한 인간의 평범한 삶에 대한 안목은 통달의 경지에 이르렀다.
페인은 어찌 보면 보잘것없는 한 인간의 무미건조한 삶을 얘기하면서 결국은 그런 인간과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따뜻하니 마치 지나가듯 말하고 있다. 그의 진지하고 애정이 담긴 인생 고찰과 찬미에 고개가 숙여질 정도다.
네브래스카 오마하의 보험회사 통계사인 워렌 슈미트(잭 니콜슨)는 66세를 맞아 은퇴한다. 말똥밖에 없다는 네브래스카에서 평생 숫자만 만져온 슈미트의 인생이야말로 말똥 같은 삶. 감정 다 죽이고 살아온 과묵한 워렌은 은퇴 얼마 후 42년간 동거해 온 아내마저 급사하면서 엄청난 공허감에 빠진다. 가족이라곤 덴버에 사는 딸 제니(호프 데이비스) 뿐인데 부녀관계가 소원하다.
그런데 제니가 날건달 물침대 세일즈맨 랜달(더모트 멀로니)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받고 워렌은 대형 모터홈을 몰고 대륙횡단에 나선다. 딸과의 관계 개선 겸 자아발견 여행이다.
워렌은 제 딴에는 혼사를 돕는다고 결혼일보다 며칠 전에 덴버에 도착했더니 제니는 너무 빨리 왔다고 징얼거린다.
섭섭한 워렌을 한층 더 기막히게 하는 것은 랜달의 상소리를 마구 내뱉는 어머니 로버타(캐시 베이츠의 연기가 거칠 데가 없는데 오스카 조연상 후보에 오를 것이다). 히피처럼 사는 로버타와 뺀질이 랜달을 보고 워렌은 딸을 결혼 못하게 하는 것을 생의 마지막 임무로 삼는다.
숨막힐 것 같은 워렌은 여행 도중 자신이 한달에 22달러씩 보내는 6세난 탄자니아 고아 엔두고에게 편지를 써내면서 고백을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나온 삶을 총 열람하고 아울러 인생과 자아발견도 하게 된다. 머리털이 성긴 살이 찐 니콜슨의 분노와 좌절감을 안으로 삭이는 연기가 경탄스럽다. 오스카상 감이다.
R. New Line. AMC 센추리14(310-289-4AMC), 그로브14(323-692-0829), 산타모니카 브로드웨이(800-555-T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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