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길씨 ‘명곡을...’ 출판기념회 화제 꽃피워
100여 참가자들
소박했던 학창시절
향수에 젖기도
지난 18일 월넛의 퀄리티인에서 열린 정영길씨의 저서 ‘명곡을 찾아서’ 출판기념회는 LA 동부한인사회에서 오랜만에 열린 문화 이벤트였다. 행사는 100여석의 좌석이 부족했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정씨가 LG전자 미주법인에서 3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팠고 동부한인회 부이사장, 동부한국학교 이사, 나성한미교회 장로로 지역사회 일에 앞장서며 공덕을 쌓아온 덕분일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정씨와 함께 동부한국학교 이사로 일하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 김종건씨가 사회를 봤고 김응식 동부한인회장과 문애리 SAT II 진흥재단 이사장, 손혜숙 동부한국학교 교장 등이 축사를 했으며 한양대 음대교수를 지낸 원로 성악가 이우근씨가 ‘축배의 노래’를 축가로 들려줬다.
‘명곡을 찾아서’는 정씨가 “6.25사변 후 어려웠던 시절, 맷돌에 간 밀을 넣어 쑨 우거지죽으로 하루 한끼를 연명하면서 키웠던” 음악감상의 취미를 필기를 하듯이 모아 놓은 책이다. 정씨는 “집에 전축은커녕 라디오도 없었기 때문에 친구 집에서 귀동냥 음악감상을 했고 어쩌다 금전적 여유가 생기면 음악감상실 르네상스를 찾아 맹물 같은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정씨는 책이 처음 인쇄돼서 나오던 날 세상에 태어나 세번째로 울었다고 고백했다. 첫번째는 일차 대학시험에 떨어졌던 날-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교과서조차 변변히 사보기 어려웠던 가난에 발목을 잡혔다는 설움에 눈물을 쏟았고 두번째는 교회에서 장로장립을 받던 날 울었다고 했다.
그가 책을 보고 흘린 눈물은 감격의 눈물은 아니었다. 교정을 보고 또 보고했지만 그래도 틀린 곳이 하도 많아 부끄러워서 흘린 눈물이라는 것이다. “책을 처음 손에 받아 쥐었을 때 마치 발가벗고 큰길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인사말을 하는 자리에서까지 틀린 부분을 일일이 꼽아가며 교정을 당부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명곡을 찾아서’의 가치는 오자의 여부나 문체의 유려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환갑, 진갑을 넘기는 나이까지 50년이 넘도록 가꿔온 취미생활을 통해 얻은 고전음악에 대한 지식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책으로 펴냈다는 점에 있다. 일반 사람들이 혼자서 고전음악을 이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정씨의 노고 덕분에 우리 같은 문외한들 앞에도 고속도로가 뚫린 셈이다. 정씨는 지면 제약으로 75명에 그친 음악가를 200명으로 늘리고 용어도 빠짐없이 망라한 증보판을 곧 펴내겠다고 약속했다. 증보판 ‘명곡을 찾아서’를 기대한다.
<박덕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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