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처럼 저도 산을 좋아합니다. 산엔 친구가 많습니다. 나무와 돌과 야생화, 그리고 새와 구름과 바람 이 모두가 참으로 귀중한 친구들입니다.
바람이 불면 나무와 나무가, 바람이 없을땐 구름과 새들이, 그리고 햇볕이 비칠땐 꽃과 풀잎들이 소곤거립니다. 또한 산에는 낙엽이 있습니다. 서걱 서걱, 사각사각, 버적버적, 밟을때마다 속삭입니다. "낙엽은 돌과 이끼와 조롱길을 덮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의 산행길이었습니다. 동행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중, 어느 분이 이런 말을 합니다. "북한때문에 전쟁 날까봐 서울에 저금해 놓은 돈을 모두 가져와야겠어요." "그러면 돈쓰기가 쉽지 않지." "크레딧카드 쓰면 되요, 한 만불정도 넣어놓고 쓰면 실컷 써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솔직히 저의 빈손이 무색했습니다. 하와이의 어느 한쪽에선 경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한숨입니다.
1932년 미국의 경제 대공황때 있었던 유명한 문장이 있습니다.
’Brother, can you spare a dime?"
트럭이 버리고 간 쓰레기 통 속에서 먹을 음식을 찾으력 수백명의 인파가 서로를 밀치며 아우성치던 사실과, 하루 지난 빵 한조각을 사기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장렬한 인산인해의 ‘bread line’을 이루었고 간신히 구입한 하루 지난 빵 한조각을 가슴에 품고 언제 어디서 습격해올지 모르는 날치기에게 뺏기지 않기위해 필사의 마라톤을 해야했던 1930년대 미국의 역사가 있습니다. Can you spare a dime? 얼마나 처절한 외침입니까?
그런데 이 세상의 모든 인간사엔 창조주의 숨은 뜻이 있다고 합니다.
경제 대공황을 겪고나서도 미국은 세계의 최강국이 됐습니다.
자세히 보면 위대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고난을 겪지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청각장애자 토마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사실이라든가 또다른 청각장애자 베토벤이 위대한 작곡가인 것을 생각하면 참 신기합니다. 신은 영원한 고통도, 또한 영원한 행복도 주시질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통뒤에 평안이, 행복뒤에 불행이, 풍요위에 부족함이, 부족함뒤에 풍요가 따르는 오묘한 우주의 질서를 보게 됩니다.
철학자 마틴 부버의 말을 빌리면 우리의 일생이 ‘너와 나의 만남’이라고 합니다. 이세상에 존재하는 우리는 창조주께서 보내주는 무수한 사람들과의 만남의 역사로 이루어지며 이 사람들과의 만남속에 무수한 평화와 고통과 행복과 불행이 서로 오고 갑니다. 그렇게 오묘한 우주의 질서가 운행되어가는동안 시간의 굴레바퀴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계속 굴러갑니다.
세월이 가고있는 창가에 3월이 벌써 성숙하게 무르익어갑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초원과 야자수와 그곳에서 뛰놀고 있는 아이들위에 오후의 햇볕이, 신의 입김처럼 따뜻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3월이 한참이고 벌써 4월이 저만치서 달려오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창가에서 신의 음성처럼 정호승 시인의 음성이 들립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나는 한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합니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십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나는 한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합니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닙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입니까?
<바이올렛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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