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자기만의 인생 만들어 가야”
엔도 슈사쿠 지음 시아출판사 펴냄
인간의 이기적 성향에 비춰볼 때 자기를 사랑하는 것 만큼 쉬운 일도 없을 것 같지만 제대로 자신을 사랑하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일에는 악착같으면서도 정작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흔히 억압이라고 일컫는 심리기제에 의해 우리는 자연스런 자기모습을 감추는데 급급해 하고 부끄러워 하기도 한다.
자기 이익만 아는 것은 분명 문제이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진정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도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법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문호 엔도 슈사쿠의 ‘나를 사랑하는 법’에는 인생의 풍상을 다 겪어낸 노작가가 잔잔한 어조로 들려 주는 자기 사랑법의 지혜가 가득하다. 책에서 슈사쿠는 어른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듯 나즈막한 목소리로 삶을 어떻게 꾸려 가야 할지를 조언해 준다. 슈사쿠는 기독교 작가로 ‘침묵’ ‘예수의 생애’ ‘바다와 독약’등의 작품으로 노벨상 후보에도 여러번 올랐던 일본의 대표적 작가중 한사람이다.
1923년 생으로 지난 1996년 사망한 그는 프랑스 유학경험과 일본인으로서는 특이한 종교적 배경등으로 다른 일본 작가들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시각과 사상을 보여 주었다.
책에도 여러번 언급됐지만 작가는 어렸을 때 공부를 잘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자칫 심한 열등감을 안겨줄 수도 있었던 약점을 극복하고 대작가의 반열에 섰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약함에 대처하는 방법을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 방법이란 남 앞에서 강해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있는 그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인정하고 가능한 한 유리하게 바꿔보자고 결심한 뒤에야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약점을 버리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고통을 줄이는 약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한가지 가면만 쓰려고 스스로를 억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인다. 사람이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적응하기 위해 자연히 가면이라는 것을 쓰게 되는데 정신분석학자 융은 이것을 ‘페르소나(persona)’라고 불렀다. 이것은 본 모습이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인데 그럼에도 한가지 가면만을 보이려 억압함으로써 종종 심각한 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슈사쿠는 여러 얼굴 갖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책에서 작가가 들려주는 많은 조언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작가 자신이 만든 아마추어 극단의 신조였다는 ‘생활 속에서 인생을!’이란 말이다. 생활과 인생은 다르다. 집이나 회사는 생활의 장이지만 진정 인생이 살아 숨쉬는 순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이다. 슈사쿠 에게는 연극이 바로 생활 속의 인생이었다. 작가가 지적하듯 조금만 노력하면 정형화되어 버린 삶 속에 작은 구멍을 내어 숨통을 트고 그 구멍을 통해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바람을 맞으면 자기 사랑은 자연스레 쑥쑥 자라게 돼 있다.
<조윤성 기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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