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유지 병력 역부족 현지 경찰 동원
시민들 “구 착취계급 부활” 강한 반발
미군이 사담 후세인 정권의 ‘하수인’이었던 이라크 경찰과 공동으로 14일 바그다드 시내에 대한 공동 순찰을 개시, 현지 주민들로부터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다.
바그다드 함락과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의 무정부 상태에서 비롯된 무차별 약탈과 방화, 보복살인 등에 질린 일부 주민들은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경찰의 잔혹행위를 익히 알고 있는 다른 주민들은 “도대체 사담 정권을 붕괴시킨 이유가 무엇이냐. 어떻게 이럴수가 있느냐”며 미군의 ‘편의주의’에 강하게 반발했다.
현지의 특파원들에 따르면 이날 각 4명씩의 이라크 경찰관을 탑승한 이라크 경찰차 5대가 하오 4시께 미해병대 소속 험비차량 2대의 호위를 받으며 바그다드 동부에 소재한 이라크 경찰학교 본부건물을 출발, 본격적인 미군과 공동순찰에 나섰다.
이같은 공동순찰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이후부터 4일째 계속된 바그다드와 기타 도시에서의 무차별 약탈 및 무정부 혼돈상태를 정리하기에는 역부족인 미국측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미 중부사령부의 대변인인 프랭크 소프 해군대령은 이라크인들이 인근구역 감시프로그램을 개시했고 현지 민간인 지도자들도 질서유지에 나서고 있다면서 “약탈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측의 이같은 공동순찰 프로그램에 사담 후세인 정권하에서의 부패경찰이나 고위공직자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구 착취계급이 다시 바그다드를 통제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군의 진입에 맞춰 군복이나 경찰복을 벗어던지고 민간인으로 숨었던 이들 세력이 ‘필요에 의한 합법적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다시 부상하게 되면 이라크는 ‘그나물에 그밥’의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측의 현지인 경찰 동원 및 모집 포고가 나가자 곧 약 2,000여명의 전 이라크 경찰들이 자원했다. 사담 후세인하의 바그다드 경찰력은 무려 4만여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각전인 거리 질서유지를 위해 전 이라크 경찰을 모집한 미 연합군측은 줄을 지어 늘어서 있는 모든 자원자들이 과연 적절한 인물인가를 가려내기에 부심하고 있다. 후세인 정권에서 충성을 다했던 경찰이나 바트당원들이 다시 통제책임을 맡거나 총기를 휴대할 경우의 부작용도 심각하지만 이들에 의해 고문이나 억압을 당했던 일반시민들의 반발이 강하기 때문이다.
미군측은 그러나 지원자들의 확실한 신분이나 과거소행의 진실여부를 가릴 수 있는 시스템의 결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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