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뉴욕의 봄을 만끽하며 박관용 국회의장 만찬 행사장인 대원으로 향하던 기자의 차안에서 이광조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해가 질 무렵이라 주위의 시선을 무시한 채 차안에서 혼자 1절을 열창한 뒤 간주를 음미하고 있을 찰라 ‘본국에서 온 정치인을 만나러 가다가 이 노래가 나왔다’는 사실이 무척 상징적이라고 느껴졌다.
본국 정치인들과 뉴욕 동포사회야말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아닐 수 없다.뉴욕 방문 목적이 ‘후원의 밤 행사에 얼굴 비추기’에 불과했던 한국 정치인들의 수만큼 이들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다고 한국 정계 진출을 꾀하다 ‘찬밥’ 신세가 돼 되돌아온 뉴욕 한인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그러나 이날 박관용 국회의장이 행한 연설은 지금까지 한국 정치인들이 와서 행한 ‘형식적’인 연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본인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의 근본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절차와 원칙에 있어서는 생각이 다릅니다. 햇볕정책은 우리나라 젊은 층에게 계획이나 질서가 없는 막연한 민족주의 성향을 자극시켰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통일의 목표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야될 책임이 있습니다." 박 의장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국제 정치 감각에 눈을 뜨고 있는 것 같다"며 "역사 속에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한미 동맹관계가 복원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뉴욕 동포들에게 약속했다.
박 의장은 대통령 선거에 패해 해외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사람도 아니오, 다른 의원들로부터 왕따 당해 국회 외부에서 맴도는 사람도 아니다. 그는 현재 국회의장을 맡고 있는 ‘인사이더’다. 그런 그의 허심탄회한 연설은 뉴욕 한인들에게 있어 박카스보다 더 시원한 청량제가 아닐 수 없었다.
취재를 마치고 오는 길에 차안에서 역시 이광조의 ‘오늘 같은 밤’이 흘러나왔다. 오늘 같은 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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