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2시. 이두용씨(37·사진 오른쪽 영어명 토마스 리)는 깊이 잠을 들 수가 없다. 노환과 치매로 누워 있는 어머니(77)가 언제 또 부를지 몰라서다. 어머니가 움직이면 삐~소리가 나게 설치해 놓았지만 불안한 건 마찬가지.
오늘도 새벽에 한차례 소동이 벌여진다. 간신히 어머니를 들어 욕실에서 볼일을 보게 하고선 다시 새우잠을 청해보는 이씨. 그마저 못했다면 아침에 또 한번 어머니 이불자리를 빨아 널어야 했을 것이라고 한다.
어머니 이상복씨는 3년전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후 치매증세가 휠씬 더 심해졌고 거동마저 마비상태가 됐다. 이후 이두용씨는 치매에 걸려 툭하면 구타와 함께 욕설을 퍼붓는 어머니를 정성껏 모셨다.
이씨의 하루는 어머니의 기저기를 갈아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옆에서 일일이 아침식사 수반을 든 이씨는 오전 8시쯤 어머니를 업고 내려가 차로 직접 데이케어센터로 모시고 간다. 얼마전 치매걸린 어머니가 핸디캡 버스운전사를 때려 그마저 탈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치매에 거동까지 불편한 노모를 매일 모시고 나가는 일도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씨는 묵묵히 이 일을 수행한다. 이씨는 10년전 아버지를 여의었다. 이후 이씨는 형과 누나를 대신해 홀어머니를 모시고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산수(80세)에 가까운 노모는 5년전 직장암을 앓았고 관절염과 당뇨병도 있다. 게다가 교통사고로 뇌세포가 조금씩 파괴돼 근육도 굳어가고 있다고 한다. 한시도 노모에게 한눈을 팔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쇼설 워커는 차라리 널싱홈을 권장한다.
하지만 이씨는 “아들인 나도 정말 힘들 땐 어머니에게 소리를 막 지르는데 간호사가 치매증세의 어머니를 심하게 다룰까 봐 걱정돼 그 역시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살 때 이민 온 이두용씨는 10년전만 해도 미공군을 제대한 꿈 많은 청년이었다. ‘지금은 무슨 꿈을 갖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씨는 “꿈이란 말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며 “잠이나 한번 원없이 잤으면 좋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세상엔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을 거라”며 애써 자신의 처지를 위로했다. 이씨는 어머니를 돌보는 지난 세월동안 친구, 여자, 돈 모든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술회했다.
이씨는 현재 자신이 체험한 일들을 수기(手記)로 남기고 있다. 이유는 나 같은 상황에 직면한 다른 이들에게 ‘치매노인을 돌보는 방법’, ‘당뇨병 간호’ 등을 알려주기 위해 서란다. 하지만 이씨가 쓴 수기는 몇 줄 읽어 내려가지도 못해 대부분 눈물부터 떨군다고.
아무리 병환이 심해도 내 어머니라는 이씨는 ‘세상에 어머니를 모시는 일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며 웃음과 용기를 잃지 않았다.
<김현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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