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친의 유지 이제야 받들어 마음 홀가분"

"나이가 들어가며 삶에 있어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일도 제 생애 주어진 숙명적인 임무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하와이대학교 한국학센터에 한국의 국보급 고미술품 100여점을 증정하기 위해 하와이를 방문중인 장정기박사(미국명 채스터 장, 관련기사 본보 5월29일자 참조)는 이번 하와이대학교의 고미술품 증정 동기를 운명론적으로 설명한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후 초대 LA 총영사관이 설립되기 전 총영사관 설립준비를 위해 정부의 첫 공식특사로 LA를 방문했던 선친 장지환(1992년 LA서 작고)씨는 당시 분청사기와 청자를 가져와 한국인들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미국 외교가에 한국의 문화적 우수함을 알리며 외교적인 친분을 텄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민족의 문화적 우수성을 아는 외국인은 한국인을 무시할 수 없다는 그의 지론대로 부친의 고미술품 소지 외교는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장정기박사는 외가가 명성왕후의 집안이다. 모친 민병윤(87)여사가 명성왕후의 사촌오빠 민영휘(풍문, 휘문학교 설립자)씨의 손녀로 장박사는 어려서부터 고미술품속에서 성장하며 고미술품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안목을 높여갔다.
"선친은 평소 소장하고 있던 유물들을 이곳 한국학센터에 증정하고 싶어했고 햇살이 아름다운 이곳 하와이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했지만 생전엔 그 꿈을 이루지 못했어요. 유명을 달리한 후 하와이이언 메모리얼공원에 영원한 안식을 취하며 그 꿈을 이루게 되었지요. 그리고 10년이 지난 오늘 이민100주년을 기념하며 하와이대학교 한국학센터에 선친의 애정이 담긴 값진 소장품들을 증정하게 되니 장남으로서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1면에서 계속
이전에도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국보급 유물들을 영국의 캠브리지대학을 비롯해 LA카운티미술관등에 증정했지만 한국학센터의 기증 의미는 자신에겐 운명론적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는 것. 장박사는 1860년부터 1920년대 한국의 고미술품 가운데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작품들 가운데 한인이민100주년을 기념해 100여점을 선정해 증정하며 하와이대학교 한국학센터가 하와이대학교는 물론 세계 대학내 한국학분야에서 또 한번 진일보하는 계기를 맞게 될 것을 기원했다. 이번 증정품 가운데에는 명성왕후가 평소 즐겨 쓰던 거북이 문장을 단 사물함을 비롯해 벼류, 은장도, 나전칠기함등의 생활용품등과 고종 황제가 미국인에게는 처음으로 주었다는 훈장과 1919년 미국에서 태극기를 그려 발행한 우표외에도 고종황제의 ‘능행도’가 포함되어 있어 그 학술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장박사는 특히 미주지역에서는 접하기 힘든 고종황제의 ‘능행도’에 특별한 학술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데 한국 이조시대 궁중의 ‘능행도는 한 사람이 아닌 여러사람이 각 분야별로 그리는 분야가 나뉘어 있어 능행도 연구는 한국 궁중사회 문화를 이해하는데 좋은 사료가 될 것이라며 이 분야의 연구 불씨가 이곳 하와이대학교 한국학센터에서 지펴지길 기대했다. "수많은 고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지만 한번도 내 것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장박사는 "자신이 증정한 한국 국보급 유물들이 일반에 공개되어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배우려는 후학들에게 한국문화의 우수성에 눈을 뜨이게 하는 역할은 물론 한인후세들에게 문화적 정체성을 일깨우는 계기를 제공한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장박사는 현재 연방항공국 서부지역 운항담당 매니져로 근무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의 어머니와 형제들처럼 이곳 하와이에서 은퇴생활을 할 것이라고 전한다.
<신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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