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날씨가 쌀쌀하다. 바닷가 쪽이라 한 여름에도 오히려 안개가 끼고 저녁에는 히터를 틀어야 몸이 풀리며 차안에는 항상 두툼한 스웨처 하나쯤은 준비해야하는 S.F.의 쌀쌀한 초여름밤에 내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인물하나가 떠오른다.
가포 임상옥!
200년 전에 실존하였던 우리나의 최대 무역왕이자 거부였던 그는 이(利)보다 의(義)를 추구함으로써 상도(商道)를 이룰려고 했던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장사를 하면서도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마음의 태도로써 깨달음을 이룰려 했던 그는, 말년에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자신의 깨달음의 세계를 추구하며 소박하게 살다 생을 마감했다.
어렸을적 부터 겪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자신의 마음을 순간의 이익에 허락하지 않았으며 밖으로부터 오는 유혹에 타협하지 않고 아무리 극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게 정직하였던 그는 우리 상계의 거목으로써 요즈음 같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간의 생명에 끼치는 악영향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있는 우리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일찍이 스승이신 석중 스님으로부터 ‘계영배(가득 차는 것을 경계하는 잔)’라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오히려 가득 채 울려고 하면 빈 잔이 되어버리는 영기를 하사 받았다. 결코 가득 채울 수 없는 이 잔은 임상옥에게 뿐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깨우치게 한다.
우리의 마음은 이미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기쁨보다 채워지지 않는 것에 대한 목마름으로 진정 모자람이야말로 신의 축복임을 깨닫지 못하고 거부한 채 욕심이라는 어리석음에 가려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며 불나방이 불꽃에 뛰어들 듯 헛된 욕망을 채우려다 추풍낙엽처럼 굴러 떨어지는 사례들을 굳이 지난 역사를 뒤적이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우리의 마음은 내가 이것만 가질 수 있다면, 아니 저것만…, 이 일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하며 항상 헐떡이므로써 진정으로 자족하지를 못한다. 우리에게 닥치는 어려움이나, 아픔, 그리고 채워지지 않음은 인생의 아름다운 꽃이 피게 하는 질 좋은 거름이고 영혼을 살찌우는 귀한 보약임을 아까운 인생을 다 허비한 다음에야 느낀다함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아무런 어려움도 겪지 못하고 다 이루어지고 갖추어지는 인생은 생각만해도 숨이 막힌다. 그런 인생은 결코 겸손의 미덕을 배울 수 없을 것이며 아픔이 없는 영혼은 금새 타락하여 냄새 지독한 악취를 풍기게 되지 않을까? 마음먹기 따라 갖지 못한 것을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방향을 돌린다면 순간 순간이 얼마나 여유있고 풍요로울 수 있을까! 차라리 이렇게 기도해 보면 어떨까.
신이여! 부디 제 잔을 다 채우지 말아 주소서!라고 이런 마음의 자세가 될 때 진정으로 작은 것에도 감사할 수 있는 오히려 잊고 지나쳤던 정말 중요한 많은 것들을 되찾게 되는 격조높은 인생이 되리라. 어떤 순간 삶의 방향이 바뀌면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의 마음이 깨어나 눈부시게 빛이 나리라. 아! 축복의 모자람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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