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소주의(冷笑主義)란 말이 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코방귀만 뀌고 무시하며 사물을 냉소적으로 보는 태도를 말한다. 한마디로 하면 ‘웃기는 소리 말라’는 뜻이다.
냉소주의는 시니시즘(cynicism)의 우리말 번역이며 다른 말로 견유주의(犬儒主義)라고도 한다. 시니시즘의 어원은 기원전 4세기경 소크라테스의 제자 안티스테네스에서 시작되어 알렉산더 대왕과의 햇볕 일화로 유명한 디오게네스에서 절정을 이룬 키닉 철학파에서 유래한다.
현대에서 냉소주의는 흔히 어떤 사건이나 행위의 이면에 있는 동기의 성실성 혹은 정직성을 믿지 않고 나아가서 그러한 성실성을 전제로 하는 상식적인 의미에서의 도덕적인 기준을 경멸하는 태도를 말한다.
또 다른 말인 견유주의는 디오게네스의 별명인 개에서 유래된 것으로 ‘견유’란 말 그대로 개처럼 걸식하고 다니는 학자라는 뜻이다.
올해는 미주한인 이민 100주년의 뜻깊은 해이다. 이민 역사의 뿌리이자 시작인 이곳 하와이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원하든 원치 않던 간에 역사의 무대에 서 있는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그 영광스럽고 축복받아야 할 역사의 물줄기는 한인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앞에서 맥없이 갈라지고 말라가고 있다. 논리의 지나친 비약일지는 몰라도 하와이 한인사회가 민심과 유리된채 파행과 분열을 거듭하는 ‘한인회’의 모습을 바라보며 알게 모르게 냉소주의에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X은 안돼” “저 X도 똑같애” 하는 식의 무원칙하고 비도덕적이며 비합리적인 감정적 양비론이 팽배해지면서 순수한 분노와 안타까움이 점차로 “역시 안돼”식의 자기비하적 패배주의로 심화되어 무감각의 무관심으로 흐르고 있지 않나 하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한인사회 전반에 흐르는 이러한 분위기를 보면서 냉소주의의 극단적 상징어인 ‘냉소’와 ‘개판’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민 역사 100년의 중요함은 단순한 숫자의 상징성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오늘을 살아나갈 수 있는 지혜와 슬기를 얻을 수 있다는데 참뜻이 있는 것이다.
우리 한인사회는 100년이라는 결코 짧지만은 않은 이민 역사에 걸맞게 진솔한 자아반성과 수준높은 사회의식을 바탕으로 다가 올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우리 한인사회는 한인문화센터 건립, 한글학교 활성화, 노후시설 준비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많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세상은 우리를 마냥 기다려 주지 않는다. 현실은 참여없이 변화하지 않는다.
때론 혼자하기에 벅차고 때론 혼자하기에 외로운 일이지만 함께 힘을 모을 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제 지엽적이고 분파적인 이기주의적 사고의 틀을 깨고 냉소주의에 흠뻑 젖은 구태의 옷을 과감히 벗어던지자. 그리고 우리의 영원한 보금자리가 될 이곳 하와이 한인사회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한인사회를 한번 만들어 보자.
취재부 정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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