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 어느정도 지나 생활이 안정된 한인들은 자동차를 비롯, 대개 이름있는 명품을 선호한다. 사람마다 여러가지 다른 취향이 있고 이유가 있겠지만 이는 그 제품에 대한 오랫동안 축적된 인식(크레딧), 곧 ‘신뢰’ 때문이기도 하다.
명품 메이커들이 자신의 고객들에게 최소한의 불편도 용납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개선, 노력해 온 결과이다. 그래서 그들은 명성을 얻었고 소비자들도 그들 제품이라면 안심하고 믿게 되는데 이는 기업에 대한 ‘신뢰’가 그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요즘 미 시장에서 소위 삼성과 현대·기아가 뜨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사고가 바탕이 된 ‘신뢰’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사회 내에서도 사람들간에 회자되는 비즈니스 맨들이 더러있다. 의뢰인이 황송할 정도로 온 정성을 다해 완벽하게 일을 마무리 하는 모 노총각 변호사. 또 한인사회 내 ‘나이스 가이’로 불려지는 모 융자전문인, 항상 기쁜 마음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모 부동산 브로커 등, 이들은 가뭄속에 단비 같은 존재들로 그들에겐 ‘신뢰’라는 크레딧이 늘 작용하게 된다.
허지만 한인사회 여기저기서 줄곧 문제를 야기시키고 분쟁을 초래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한인들의 잘못된 비즈니스 마인드에서 연유하는 것 들이다.
며칠 전, 에어컨이 고장나 그야말로 한증막이 따로 없었다. 오후에야 나타난 모 냉동 기술자는 에어컨 고장이 크다며 몇 천달러의 견적을 냈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다른 업체에 의뢰한 결과 고장이 아닌 휴즈 문제였다. 출장비로 몇 십 달러를 지불한 후 참으로 황당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기술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휴즈 하나를 가지고 몇 천달러짜리 견적을 뽑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불신이 커지고 헤아릴 수 없는 사회적 재화가 유출된다는 생각에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과장할 것도 없이 이것이 우리 한인사회의 한 단면이고, 한인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를 꼽으라면 역시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일 것이다.
다반사로 터지는 금융사고 속에서 ‘크레딧 카드 판독기 리스 사인 위조’ 사건으로 최근 한인사회가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게다가 일부 변호사들은 나날이 강화되는 이민법으로 가슴 졸이며 살고 있는 의뢰인에게 거의 ‘폭력적’이라 할 만큼 무례하고 불성실하기 그지없다.
이런 불미스런 일이 계속되는 것은 한인사회에 신뢰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사고 팔기식’의 단순한 비즈니스 논리로 고객들에게 거래 이상의 다른 기쁨을 전혀 주지 못할뿐 아니라 오히려 적당히 눈가림만 하는 식으로 고객을 대하다 보니 신용은 커녕 타민족들에게 ‘수전노’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비즈니스는 항상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마음으로 신용을 구축해야 비로소 신뢰를 얻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신뢰가 고객에게 비즈니스 행위를 대신하게 되고 ‘명품’이나 ‘명물’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온 관계일지라도 거짓은 모든 것을 허물고 만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거짓말을 인정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직장 동료나 상사, 고객에게, 또 자신을 속이므로써 순간의 위기를 넘기고 있다. 상대의 입장이나 사회의 공동 이익에는 무책임하고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서는 도덕과 윤리조차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비즈니스 맨은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고 인관관계를 중시하며 사회적 책임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줄 아는 사람이다. 돈이 우상이 되어 인간관계의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면 사회는 불의와 부정과 불신이 팽배하게 된다. 어느 사회나 국가를 막론하고 상호신뢰가 무너지면 붕괴된다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얼마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신뢰구축’ 회의에서 세계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야 신뢰구축이 가능하다"며 신뢰구축 방안을 토의했다. 이 토의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엔론 및 월드컴의 회계부정 스캔들로 추락한 기업신뢰를 회복해야만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이를 통해 세계경제가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쯤 되면 현재의 경제 불황에 한인들의 비즈니스 마인드도 크게 한 몫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진정으로 성공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부터 시급히 회복해야 할 것이다.
<편집·취재부장 ejl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