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 쇼핑과 여행, 기부 등 개인의 소비와 금융 활동이 급증한다. 동시에 이 시기는 사기범들에게도 ‘최대 성수기’로 불린다.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각종 정부 기관이 잇따라 사기·금융범죄 경고를 내놓는 이유다. 사기 수법은 갈수록 정교해졌고, 인공지능(AI) 기술까지 결합되면서 일반 소비자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공통된 진단이다.
FBI에 따르면 연말 사기의 핵심 특징은 ‘압박 전술’이다. 사기범들은 피해자가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하도록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주입한다. 전화, 문자, 이메일, 소셜미디어를 동시에 동원하고, 실제 공공기관·금융기관·유명 업체 관계자처럼 보이도록 치밀하게 연출한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AI의 적극적 악용이다. FBI 산하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에 접수된 신고를 보면, 올해 첫 7개월 동안 AI와 관련된 신고가 9,000건 이상 접수됐으며, 이들 신고는 거의 모든 유형의 사기를 포괄한다. 사기범들은 AI를 활용해 사기의 다양성과 정교함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연말에 가장 두드러지는 대표적 사기는 온라인 쇼핑 사기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사기 관련 신고는 올해 2분기까지 19만3,020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2~2024년 같은 기간보다 모두 증가한 수치다. 허위 쇼핑몰과 가짜 판매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보안 전문 매체에 따르면, 보안 업체 ‘클라우드섹’은 사이버먼데이와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2,000개 이상의 연말 쇼핑 관련 사기 웹사이트를 발견했다. 이 가운데 170여 개는 아마존을 사칭했고, 1,000개 이상이 애플·삼성·델·레이밴·샤오미 등 유명 브랜드를 흉내 낸 사이트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현재도 이러한 사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사례에서는 AI를 활용해 유명 쇼핑몰이나 글로벌 브랜드 웹사이트를 거의 그대로 복제해 합법적인 사이트처럼 보이게 만든 뒤, 대폭 할인이나 존재하지 않는 가짜 상품으로 소비자를 유인한다. 결제가 이뤄진 뒤 상품이 배송되지 않거나 결제 정보만 탈취되는 식이다. 이미 코드가 유출된 상품권을 판매하거나 구매 직후 잔액을 빼내는 상품권 사기, 중고거래 사기, 구독·자동결제 숨김 사기, 환불·반품 사기 등도 빈번하다.
이와 함께 연말마다 반복되는 사기 유형으로는 가짜 자선단체를 내세운 기부 요청 사기, 경품이나 복권에 당첨됐다며 배송비·수수료·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추첨 사기, 소포 배송을 이유로 추가 요금이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가짜 배송 알림 사기 등이 있다. 국세청 등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세금 문제, 환급금 지급 등을 빌미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수법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기 수법은 해마다 더 다양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국은 ▲급박함을 조성하는 요구에 즉각 반응하지 말 것 ▲전화나 문자로 받은 링크 대신 공식 웹사이트 주소를 직접 입력해 확인할 것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요구받을 경우 가족이나 해당 기관에 재확인할 것 ▲현금·상품권·암호화폐 송금을 요구하면 사기로 간주하고 응하지 말 것 등을 공통적으로 조언한다.
연말은 즐거움과 관용의 계절이지만, 동시에 판단력이 흐려지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사기범들은 바로 그 틈을 노린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기는 더욱 정교해지지만, 대응의 기본은 변하지 않았다. 잠시 멈추고 확인하는 것. 연말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어책은 결국 ‘조심성’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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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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