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오래전 본 영화라서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주인공 배우의 표정 연기와 플로트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다. 웨스턴 영화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보안관 이야기다.
무법자가 체포됐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타운 사람끼리 말이 오간다. 그러다가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인민재판식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런 자를 법정에 세울 필요가 있냐는 거다. 결국 사람들이 나선다. 무법자를 우리 손에 처단할테니 내 놓으라는 것.
보안관의 번민이 시작된다. 여론이 두렵다. 아니, 그보다도 폭도로 돌변하려는 타운 사람들이 더 무섭다. 여차직 하면 무력으로 해결할 기미까지 보여서다.
보안관은 그러나 그 무법자를 지킨다. 범법자, 무법자이지만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그때 까지 죄수를 보호하는 건 자신의 의무라는 각오에서다.
그 법질서 수호의 과정이 힘들고 외롭지만 보안관은 결국 해낸다. 정의가 이기는 게 이 영화의 결말이다. 제목 조차 가뭇한 이 영화가 새삼 떠오른 건 유승준군 문제 때문이다.
약혼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한국 입국이 간신히 허용됐다. 장례식이 끝나자 마자 쫓기듯 한국을 떠난다. 여론 때문이다. 대강 이런 이야기 같다.
말을 뒤짚고 군 입대 대신 미국 시민권을 선택했다. 한국내 정서로 보아 당연히 배신자로 보일 수 있다. 그와 동일시 하며 열광하던 팬들이 분노한다. 당연하다.
그런 유승준을 두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그가 실정법을 위반한 건 아니다. 범죄자로 볼 수는 없다. 그런 그를 아예 범죄자 취급을 한 게 한국 정부였다.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모호한 규정을 들이대고 유승준의 입국을 막았던 것이다. 그게 DJ정부 시절의 일이었다. 지나간 일이지만 법치 국가의 정부가 할 일이 아니었다.
유승준을 ‘한국적 정서의 배반자’로 정죄하는 건 팬들의 몫이다. 정부 입장은 범법 사실이 없으면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감정적 대응이 있어서는 안된다.
또 때로는 외로운 보안관처럼 범죄 용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법질서를 지켜야 하는 게 정부가 지닐 태도다. 그게 법치국가 정부의 본령이다.
유승준 사건만이 아닌 것 같다.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파업사태도 그 근원을 따져보면 정부 당국의 감성적인, 그리고 상황에 따라 말이 달라지는 대중영합성의 대응에 그 원인이 있는게 아닐까.
냉정하면서도 당당한 법질서 수호. 그게 그토록 어려운가.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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