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 한국에서 젊은 나이에 목숨을 걸고 전쟁에 참전했던 미국 재향군인들, 만약 이들이 한국전에 참전하지 않았다면 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을까.
미국에는 아직도 약 2백만명에 달하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6.25전쟁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 대부분 자기 조국 다음으로 한국을 아끼는 친한파(親韓派)들 이라는 것이다.
‘코리아’란 말만 들어도 가슴 뭉클하고 한국인을 만나면 옛 고향친구를 본 것처럼 반긴다. 기자가 취재차 만난 하와이 참전용사들 역시 자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취재한다는 이유만으로 ‘Kamsa Hamnida’(감사합니다)며 악수를 청해올 정도로 매우 호의적이었다. 이중 한 참전용사는 “지난 월드컵 때 집에서 TV로 한국과 이탈리아전을 시청하면서 한국대표팀이 극적으로 역전승을 이끌어낸 경기를 지켜보며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6.25정전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이처럼 한국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며 미국사회에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알리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들의 한국사랑과는 달리 미국내 한인동포들은 지난 50년 동안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너무 잊고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한국전 관련 행사에 참여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다. 루이스 발도비 참전용사는 “만약 한국전쟁이 미국 등 여러 국가의 참전 없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끝났다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과연 수백만명의 한인들이 미국으로 이렇게 자유로이 이민 올 수 있었을까. 지난 1월에 하와이에서 열린 ‘KBS열린음악회’에 수천명의 한인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룬 적이 있다. 그러나 정작 이같은 자유를 얻는데 일익을 담당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행사에는 한인들의 발길은 저조하기만 하다.
대부분 70대 초반인 이들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경륜으로 보아 미국 주류사회 내 지도급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많다. 반미기류가 오가는 현 시점에서 미국 인사 한명을 한국편으로 만들기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성심 껏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보답한다면 이미 한국에 호의적인 이들은 아마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한국이 곤경에 처해 미국의 이해나 도움이 필요로 할 때 발벗고 나서 도와주고 싶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그들의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 역시 우호적인 입장에서 한국을 바라볼 것을 감안하면 참전용사들은 우리 동포들의 훌륭한 민간외교관인 것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한미동맹50주년을 맞아 친한파 참전용사들에 대한 보은의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라 생각한다. 한국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정전(停戰)된 것처럼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을 사랑해 온 참전용사들을 위한 행사 등은 중단되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인 만큼이나 코리아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2백만명의 지한파들이 미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취재부 김현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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