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공회가 최초의 동성애자 주교를 공식 인준했다. 성공회 내 동성애 성직자의 존재가 알려져 있긴 하지만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성직자가 주교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성공회 총회는 최근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진 로빈슨(56) 신부에 대한 주교 인준 투표를 실시, 찬성 62표, 반대 43표로 그를 뉴햄프셔 교구의 주교로 승인했다. 4일로 예정됐던 투표를 연기시킨 사유가 됐던 로빈슨 신부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혐의는 투표 수 시간 전 해소됐다.
성공회와 가톨릭의 성직은 크게 주교와 사제(신부), 부제 등 3단계로 나뉜다. 예수의 12 제자의 후계자로 이들의 사명을 계승하는 주교는 교구 내에서 모든 성사의 집행을 감독하는 중요한 자리다. 가톨릭의 교황이나 추기경도 모두 주교다.
동성애를 타락한 행위로 간주하는 성경에 따라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던 성공회는 점차 동성애자도 인정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공개된 동성애자 주교를 인정하는 조치는 이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가톨릭과 달리 성공회는 성직자의 결혼을 허용하지만 동성애는 아니다.
미 성공회 교단의 보수파와 전세계의 해외 주교들은 로빈슨 주교가 올 6월 자신의 교구에서 투표를 통해 주교로 선출되자 강력히 반발해 왔으며 그의 주교 인준이 이뤄질 경우 교단이 분리될 수 있음을 경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진보적인 신도들과 인권단체들은 “동성애자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환영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로빈슨 주교는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하겠지만 나의 주교 임명이 전 세계 교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일이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했다.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는 “로빈슨 주교 인준은 세계 성공회에 불가피하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보수파 주교들은 이번 총회 인준 결과에도 불구하고 반대 의사를 재강조하며 교단의 분열을 경고, 이번 사건을 두고 7,700만 신도를 가진 세계 성공회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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