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현 칼럼]
▶ 가주 정부 전산시스템 경영자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밤새 사라지고 쌀쌀한 찬바람에 제법 가을냄새가 난다.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십세 이하의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게 무얼까. 또 그들 부모들의 관심사는 무얼까. 아마도 다가오는 개학준비이리라. 올해는 가을 같은 날씨 때문인지 아이와 준비를 하는 나도 덩달아 유난히 마음이 설렌다...
새 학용품을 준비하랴, 새 옷을 사랴 준비도 많지만 내가 가장 공들여 준비하는 것은 아이의 마음의 준비이다. 새 학년을 시작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겐 기대와 흥분 외에 새로운 학우들을 만난다는 크나큰 두려움도 있기 때문에 첫 주일을 순조로이 잘 시작하는 것은 곧 성공적인 새 학년을 뜻할 수도 있다. 부모들의 따뜻한 배려와 지도가 필요한 때다. 특히 성적위주의 교육에 남달리 더 열중하는 우리 한국인 부모들은 성적보다 아이들의 정신건강과 행복에 월등 생각해볼 만하다.
생각해보자. 어린 나이에 해마다 새로운 선생님과 학우들을 만나서 같이 원만하게 생활하며 배우고 교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이 된 우리 부모들도 몇 년만에 바꾸는 직장에 대해서 얼마나 두려워하는가. 하물며 경험도 훈련도 거의 없다시피 한 어린이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우리 주변에는 ‘이 나이에 무엇을...’ 하며 시작도 해보지 않고 무엇이든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이 더러 많은데 이때를 기회 삼아 아이들과 같이 한날 한시에 무엇인가 시작해 보자고 하고싶다. 그리고 같이 성공의 비결을 나누어 본다면... 부모들이 무엇인가 자신을 뿌듯하게 보람스럽게 만들 수 있는 일을 언제나 한다는 것이 아이들의 심신의 건강에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자신의 마음이 공허하면 할수록 아이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학을 준비하며 나는 오직 한가지만 아이에게 상기시켜 준다. 삶의 승리자(winner)나, 지도자(leader)는 기회가 나를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스스로 기회를 만든다하고. 누구든지 너를 보면 아! 나는 저 아이의 친구가 되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명랑하고 상냥하고 활발해 보라. 좋은 아이를 보면 먼저 말을 건네라. "새 과학 선생님은 참 좋아 보이는구나", "새학기 불어 프로그램을 어떻게 생각하니?" -지극히 쉽고 간단하다, 그러나 그 효과란!. 또 무언가 상대에게 좋은 점을 발견해서 인정해 주라. "네 가방이 멋지구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호감을 가져주는 사람에게 우선 호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청소년 탈선이 심각한 요새 세상에 아이들이 좋은 친구를 사귄다는 것이 얼마나 무엇보다 중요한가에 누구나 다 동의하리라 믿는다.
못된 아이가 싸움을 걸면 "얘, 지루하구나! 관심 없어. 좋은 얘기 있으면 다시 와봐" 라고 당당히 말하라. 비겁자는 당당한 사람이 질색이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열심히 얘기하다보면 뭐 사회생활이 별건가? 우리 어른들도 얼마든지 유사한 승리자의 철칙을 실천하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말로는 쉬워 보이나 실제로 거뜬히 해낼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 한국인사회에는 누구든지 만나면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보이며 무언가 칭찬하며 ("아이들이 이제 많이 자랐겠네요?" "언제 뵈어도 똑같습니다!" 같은 소담에 히죽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교제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랑부터 최대한 늘어놓는 것이 너무 습관화되지 않았는가. 그것도 상대방에게 자기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를 보여주고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그래도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유는 무엇이라도 좋다. 중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못다 채운 젊은 날의 꿈을 위해서, 자기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하기 위해서, 삶의 허무감을 이기기 위해서... 오늘이라도 당장 미루고 미루던 한 과제를 시작하자.
우선 목표가 필요하다. 작게 시작할수록 좋다. 매일같이 아침산보를 가겠다. 이번 주에는 건강식을 위해서 탄산음료수(소다)를 안 마시겠다. 대신 물을 하루에 여덟 컵씩 마시겠다. 하루종일 무슨 일에도,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겠다. 제일 미운 사람에게 찬사를 먼저 한번 던져 보겠다. 손수 꽃을 한 포기 심어보겠다. 하루에 단 한번이라도 멋진 농담을 누구에겐가 건네며 티없이 실컷 웃어 보겠다. 하루에 최소한 한가지의 선행을 모르는 이에게 베풀겠다 등등... 작심삼일이면 어떤가. 어떤 이는 작심삼일을 일년에 122번 하면 되지 않는가 했다. 맞는 말이다. 더러는 잃더라도 얻는 것이 더 많을 테지. 자주 하다보면 습관도 되겠지....
갖은 병폐, 하다못해 투신 자살까지 유행하는가 싶은 이 삭막한 한국인들의 사회에서 우리는 끝없이 작은 보람을 시작하는 유행을 시작할 수 없을까.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자신의 새로 태어남을 위해, 가족과 이웃들의 화목한 행복을 위해 무언가 시작해보자. 나도 당장 시작하려는 과제가 있다. 단 한번이라도 다음 칼럼을 최소한 마감 일 주전에 끝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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