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맛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이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살고 있다는 것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없을 때, 막다른 골목에 서서 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좌절감에 빠져 자신감을 잃었을 때, 심한 우울증으로 살고 싶은 의욕이 상실되었을 때, 또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을 때 하게되는 것이다. 고정주영회장의 다섯째 아들인 정몽헌회장의 투신자살 비보를 들으며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면, 그리고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아이들과 함께 목숨을 끊은 젊은 한국 여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하지 않았다면 인간의 본질인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심리학적으로 정몽헌회장이 자살을 통해 우리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정확하게 알수는 없다.
온 민족의 염원인 남북통일의 꿈을 안고 아버지와 함께 황소 500마리를 몰고 금강산을 지나가면서 얼마나 흥분되고 자랑스러웠을까, 이것은 그 당시에는 누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뱃장 두둑한 생전의 고정주영회장만이 할 수 있는 결단이고 행동이었다.
정몽헌회장은 착하고 소심하고 정직한 아들이었기에 아버지의 특별한 사랑을 받아왔고 아버지와 함께 김정일위원장의 손을잡고 사진도 찍었다. 애국심과 투기심으로 이루어진 금강산 관광산업, 남과북의 경제협력, 개성공단 작업등 엄청난 사업들이 태동되었다. 아버지가 시작했고 불도저식으로 밀고 나간 일들이었기에 아버지가 하라는대로만 하면 큰 문제가 없고 밤잠을 못 이루는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한 슬픔과 엄청난 사업을 이끌어가는데 필요한 결단력과 뱃장이 요구되는 스트레스를 이겨내는데 기운이 빠져 우울증이 스며들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정씨 가문에 ‘우울증과 조울증’의 집안 내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있다.
선친에 대한 비판적인 말을 듣곤할 때 정몽헌회장은 가슴이 무척 아팠을 것이다. 게다가 대북송금을 둘러싸고 특별검사를 받기위하여 법정에 불려가서 마치 죄인취급을 받아야 되는 피할 수 없는 수치감을 이겨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감옥소에 수감되어 앉아있는 처절한 자기 자신을 상상하여 볼 때 차라리 죽음으로 항변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었다. 불현 듯 죽는다는 생각을 하였을 때 정몽헌회장은 해방감과 더불어 마음의 평안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에게로 달려가 그동안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보고하고 자문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또는 너무나 억울하다는 생각에 세상을 경악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앞을 향해 걷지는 못하면서 오히려 한 발자국 뒤에서서 입방아만 찧어대는 겁쟁이 위선자들에게 ‘우리 부자는 남과북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웠으며 이렇게 용감하게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또는 자기의 죽음으로 많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있다는 차원의 희생양이 되어 아버님의 큰 뜻을 이루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고 부탁한 것은 굽이굽이 절경인 금강산을 날아 다니며 남과 북의 화합을 보고 싶다는 뜻이 아니겠는가.고인의 죽음이 계기가되어 냉냉하던 현대가문의 형제간 우애가 형성되고 김정일위원장의 마음에 변화를 가져온다면, 그리하여 남과북이 가까워지는데 박차를 가하게 된다면... 정몽헌회장이 몸을 던져 바친 깨끗한 제물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정신과 전문의
김옥석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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