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최선혜씨가 다운타운 NIU 아트 갤러리(215W. Superior Third Fl)에서 ‘spurt(분출)’이라는 주제로 그룹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젊고 능력있는 신인예술가들을 선발해 전문작가로 교육시키는 맨톨쉽 프로그램에 소속된 작가 5명과 최씨가 함께 작품을 출품한 그룹전이다. 페인팅 몇 개와 대형 설치작품들이 바로 그것.
초등학교때부터 지속적으로 미술레슨을 받고 성신여대 서양학과를 졸업하는 등 미술을 접한지는 오래됐지만 미국온 직후인 94년부터 한인미술가협회원으로 해마다 그룹전을 가진 것 외에는 화가로써 그렇다할 활동하지않은 그는 아트인스티튜드오브 시카고 학부를 마치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시회를 가지기 시작한 신인이다.
헝겊과 실, 한지, 고무판등 다양한 소재로 드로잉과 페인팅 작업을 해온 그는 얼마전부터 대규모 설치작업을 해왔다. 이번 작품도 한지를 실로 꼬매 연결시켜 늘어트린 ‘흐르는 삶 ‘이라는 제목의 설치작품.
하얀 갤러리벽에 몇 십개의 하얀색 한지가 꼬매진 하얀 실들이 바닥까지 길게 늘어진 이 작품은 민감하고 가냘프고 깨질듯한 인간의 감정을 쉽게 찢어지는 한지와 끊임없이 길게 연결된 실이라는 소재로 인간의 연약함과 강인함의 조화를 표현했다. 잔잔함이 아니라 실에 꼬매진 한지들은 위, 아래로 움직이기도 하고 쭉 밀면 구겨지고 한쪽을 잡고 당기면 쭉 펴지기도 하는 인생의 굴곡 또는 인간 감정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의미한다. 80년대 초반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사회를 보는 시각이 나름대로 생긴 그는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외면하는 사회의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을 가지면서 대학 4학년때부터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결국 86년 삼민헌법을 위해 데모하다가 친구 2명과 주동자로 끌려가 4개월간 혹독한 수감생활을 경험해야하기도 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최씨는 그 후 안양에서 노동자 신문 창립과 노동자 정치 학교 간사로 활동하는 등 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 운동에 적극 활동했고 혼란기를 겪으며 노동자들에게 보다 나은 생활환경개선을 위해무엇을 사회에 환원할 것인가 고심하면서 ‘그림’, 예술작품으로 이를 표현하기로 결심했다.
결국 더 깊은 그림공부를 위해 가족이 이미 이민와 살고 있던 시카고로 오게 된 그는 8년만에 다시 붓을 잡고 힘들었던 수감생활을 비롯한 그의 과거 내면세계를 작품에 간접적으로 표현했으나 뭔가 개운치가 않았다.
‘간접적인 표현’이 문제였던 것. 어느 순간 이를 깨달은 그는 지난 99년 아트인스티튜트 학보에 그간 밝히기를 꺼렸던 수감생활 이야기를 당당히 밝히며 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소개했고 이를 계기로 쌓아왔던 그의 사상과 감정을 여과없이 표현하며 열정을 쏟아 부었다.
그의 초창기 작품들은 그래서인지 강하고 파격적이며 소재도 다양하다. 천을 사용한 작업을 주로한 최씨는 천에서 오래된 실을 뽑고 새 실을 집어넣는 등 ‘고통’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
“ 피부에 상처가 나면 더 튼튼한 새살이 다시 돋듯, 지치고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닥치면 이게 끝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 서 삶이 더욱 강인해지고 아름다워진다. 경험으로 터득한 이 결론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최선혜씨의 작품은 부드러워보이지만 정말 단단해 보였다. 지난해 5월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 석사과정을 마치며 경제적인 문제로 작품활동을 두고 잠시 고민했던 그는 이 같은 열정하나로 작품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그에게는 또 다른 제2의 도전이었다. 현재 다운타운의 갤러리 37 방과후 프로그램 미술교사로, 네이퍼빌에 한인이 경영하는 예술나라 미술부 교사로 활동하며 작품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 그는 “ 세상의 쓰레기들을 작품을 통해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며 “지금도 어디어선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23일까지 열리며 지난 1일 오프닝 리셉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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