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할퀴고간 코소보 주민들에게
의술베푼 한인 군의관
300여만 지뢰 아직 도사려
종교대립 명목으로
인종청소 가슴 아프죠
참혹한 내전의 상처를 회복하고 있는 발칸 반도 코소보에 미 육군 유엔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됐던 군의관 김홍서(61·카이저 퍼머넨티 병원 방사선과 전문의·사진)대령이 5개월간의 복무를 마치고 귀환했다.
한식 구경은 고사하고 군기를 강조하는 지휘관의 명령으로 수개월 동안 술 한잔 입에 대지 못한 사정, 예상보다 길어진 복무 기간에 따른 마음 고생으로 김 대령의 체중은 집을 떠날 때보다 20파운드나 줄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바람을 쐬고 온 탓’인지 김 대령은 건강해 보였다.
특히 김 대령은 근무기간 45일 연장 명령으로 의기소침해 있을 때 29세 된 폐암 환자가 받았던 오진을 바로잡은 에피소드를 잊지 못한다.
“한번은 암 선고를 받았다는 젊은 여자가 찾아왔어요. CT스캔까지 동원된 정밀 검사를 실시해 결핵이 암으로 오진된 사실을 밝혀냈지요. 그후 치료를 받기 시작한 환자가 3일 만에 식욕을 되찾고 증상이 호전되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김 대령은 군의관의 바쁜 일과 중에도 짬을 내 수집한 한국 관련 자료를 인용, 주둔군 기지에서 열린 아태계 문화의 달 행사에서 우리의 문화와 근대사를 300여명의 군인들에게 강연하기도 했다.
지난 3월 국방부의 예비군 동원령에 따라 현역으로 복귀한 김 대령이 배치된 곳은 세르비아 보안군에 의한 인종청소가 자행됐던 코소보.
미국 등 나토 조약국에서 파병한 유엔평화유지군들의 서슬 퍼런 기세에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의 피 튀는 싸움은 중단됐지만 300만개로 추정되는 지뢰가 아직도 땅속에 숨어있고, 종교가 다른 사람들끼리는 상종도 안 하는 극심한 대립이 지속되는 지역이다.
“천주교 신자인 제가 개신교 군목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본 한 코소보 주민이 ‘다른 종교 신자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했습니다. 저의 설명에 그는 ‘시카고에 살고 있는 친척의 말대로 미국은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 사이좋게 모여 살수 있는 나라인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차이점을 포용하는 미국의 저력, 미군이 철수하면 전쟁이 재발하겠다는 우려를 동시에 느끼는 순간을 설명하는 김 대령. 내버려두고 간 병원 업무 처리에 정신이 없지만 아직도 마음은 코소보 산야에 머물러 있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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